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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選파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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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選파라치

입력
2004.03.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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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파라치가 급기야는 4·15 총선판에도 등장했다. 돈 안드는 선거를 위해 신고금액의 50배, 최고 5,000만원을 포상금으로 주는 제도 때문이다. 選파라치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킨 것은 돈 선거 추방을 위한 고육지책이다. 포상금이 음주운전이나 담배버리는 것 신고 등 생활사범과는 비교가 되지 않아 고발로 재미를 보려는 호사가들의 구미를 돋우고 있다. 후보진영은 돈이 있어도 무서워 쓰지 못하고, 곳곳에 도사린 감시의 눈길은 몰래카메라의 활약상에 힘입어 선거판을 정화하는데 한 몫을 하고 있다.■ 파파라치(paparazzi)는 인기연예인 등 대중의 관심이 집중된 인물의 은밀한 사생활을 카메라에 잡아 이를 언론에 팔아 거액을 챙기는 사람을 말한다. 이탈리아어로 귀찮게 따라붙는 모기(papatacci)와 번개(razzo)의 합성어로 '지겹게 따라붙는 존재'라는 의미다. 이들의 프로근성은 돈 냄새와 맞물려 배가되지만, 대상이 되는 인사들은 죽을 맛이다. 영국의 다이애나비가 파파라치를 따돌리기 위해 과속을 했다가 교통사고로 죽자 새삼 이들의 존재가 세인의 입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최근에는 영국의 미남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이 인기 팝그룹 '스파이스 걸스' 출신인 미모의 부인과 차안에서 농도짙은 애정행각을 벌이는 장면이 파파라치에 찍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 우리나라에서는 교통위반사범을 신고하면 포상금을 주는 제도 때문에 '카파라치'가 생겨나면서 일반인에게도 낯이 익다. 쓰레기 무단 투척을 신고하는 '쓰파라치', 불법 약 조제를 신고하는 '팜파라치', 불법 노래방을 고발하는 '노파라치' 등 여러 불법행위를 신고하는 각종 파파라치가 생겨났다. 이러한 파파라치가 20여종에 이른다고 한다. 여기에 選파라치까지 가세했으니 가히 파파라치 천국이다.

■ 選파라치는 아니더라도 잇단 돈봉투 신고는 벌써부터 돈 선거를 추방하는데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경기 용인에서는 남궁석 의원의 부인이 사회봉사단체 3곳을 방문해 10만원짜리 돈봉투를 돌렸다가 적발돼 결국은 후보를 사퇴했다. 이 단체는 500만원씩 받은 포상금을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기탁했다. 전남 진도에서는 주간지 기자 3명이 민주당 경선 후보로부터 10만원씩을 받았다고 신고, 포상금 500만원씩을 받는다. 중앙선관위는 3억원에 불과한 포상금을 대폭 늘리기 위해 예비비에 특별예산을 신청해 놓고 있다. 돈 안쓰는 선거 정착을 위해 選파라치까지 동원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選파라치가 필요 없는 선거가 빨리 자리 잡아야 한다.

/이병규 논설위원 veroic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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