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엄마가 동네 빵집에서 단팥빵이나 곰보빵을 사오면 형제들 간에 꼭 다툼이 벌어졌다. 빵 속에 들어있는 달콤한 ‘슈크림’을 먼저 차지하기 위해서다.지금 30대 이상 세대면 누구나 기억하는 그 슈크림 맛이 길거리에서 새롭게 태어났다. 이달 초 이화여대 앞에 문을 연 파이슈크림 전문점 ‘비어드 파파(Beard Papa)’. ‘턱수염이 두텁게 난 마음이 포근한 아버지’란 이름처럼 달콤한 슈크림 맛을 선사한다.
비어드 파파는 까다로운 일본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파이슈크림 전문점. 일본 전역에서 230여개의 점포가 하루 평균 100만개를 판매할 정도로 구워내자 마자 바로 팔려 나간다.
이 집에서 맛 보는 슈크림은 예전의 투박한 맛과는 다르다. 우선 빵 껍질이 얇다. 빵이라기보다 파이에 가깝다. 한 조각 입 안에 넣으면 얇게 씹히면서도 바삭바삭하다. 손으로 찔러도 푹 들어갈 만큼 보드랍다. 역시 입안에서 부드럽게 감기는 슈크림과 잘 어울린다.
부드럽고 달콤한 맛이 매력적인 슈크림은 모두 천연 재료로 만들었다고 한다. 보통 달다 싶으면 설탕이 많이 들어가 칼로리가 높은 것이 상식. 그러나 이 곳의 슈크림은 저칼로리이다. 그러고 보니 슈크림이 달콤하면서도 생각밖으로 달지 않다. 그래서 젊은이들은 물론 어르신들도 좋아한다고 한다. 물론 방부제는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 그래서 여기서 산 파이슈크림은 24시간 이내에 먹어야만 한다.
슈크림파이 하나 살려고 기다리다 보면 점포 안에서 파이와 슈크림을 모두 직접 만드는 것이 보인다. 파이도 오븐에서 바로 구워내고 슈크림도 그 옆에서 직접 만들어 낸다. 그래서 미리 만들어 놓은 파이슈크림을 팔지 않고 고객이 주문하면 바로 눈 앞에서 만들어 준다. 슈크림이 담긴 기구의 뾰족한 부위에 파이를 찔러 넣고 슈크림을 채워 넣는 것. “크림 많이 주세요” 하면 직원이 슈크림을 듬뿍 넣어 준다.
슈크림은 바닐라와 코코아, 녹차 맛 세가지. 바닐라 맛은 산뜻하고 녹차 슈크림은 시원하며 코코아 맛은 고소하다. 슈크림이 듬뿍 들어간 파이 하나는 보통 68g. “모든 기구를 사용하기 전 일일이 식용 알코올을 뿌려 소독하는 등 위생 관념이 철저하다”는 계연희 사장이 말은 음식과 맛에 대한 신뢰감을 더해 준다.
한 개 1,400원. 5개 묶음은 6,500원, 10개는 1만3,000원. 5개 이상 사면 한 개 1,300원 꼴이다. 길을 가다 한 개씩 사서 손에 들고 먹기에도 불편하지 않다.
아침 9시부터 밤9시까지, 쉬는 날은 없다.
연락처/ (02)393-3005
/박원식기자 par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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