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이 은행에서 빌리는 돈의 상환기일(만기)이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 2∼3년 사이에 폭발적으로 증가한 가계대출금 가운데 올해에만 무려 105조원의 만기가 도래, 금융시장의 또 다른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가계대출 단기화 심화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은행권의 총 가계대출잔액 252조8,000억원 가운데 41.6%인 105조원이 올해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3년 한해 동안의 가계대출 만기 도래액 77조원에 비해 36.4%나 증가한 수치로, 사상 최대 규모다.
이밖에 1년 초과∼3년 이내에 만기가 돌아오는 금액도 106조9,000억원(42.5%)에 달하는 등 가계 대출의 단기화 현상이 갈수록 심화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권이 2001년과 2002년 중에 크게 늘린 신규대출 대부분의 만기가 향후 1∼2년 내에 집중돼 있어 가계대출이 잠재적 시장불안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이에 따라 가계대출의 지나친 단기화로 인한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다각적인 개선안을 마련키로 했다. 금감원은 특히 대다수 은행들이 만기도래한 가계대출금 전액을 일률적으로 1년 이하의 단기 및 일시상환 대출로 연장하고 있는 점을 중시, 차주의 신용도에 특별한 문제가 없을 경우 만기를 가능한 한 3년 정도로 장기화하도록 유도해나간다는 계획이다.
가계부채 관리 가능한 수준인가
가계대출의 단기화가 당장 서민가계의 유동성위기를 촉발할 위험수준은 아니라는 것이 금융당국의 진단이다. 가계대출 증가세 자체가 한풀 꺾인데다 사상초유의 저금리로 실질적인 가계부담도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은행권의 가계대출 월평균 증가액은 2001년 4조6,000억원, 2002년 5조1,000억원에 달했으나 지난해에는 1조9,000억원으로 급감했다. 연중 증가율도 2001년 41.8%에서 지난해에는 9.1%로 크게 낮아졌다. 이에 따라 가처분소득 대비 금융부채비율은 2002년 말 115.5%에서 지난해 110.5%로 낮아졌고, 가처분소득 대비 이자부담비율 역시 2002년 말 10.4%에서 지난해 말 9.6%로 경감돼 서민들의 부채상환능력이 눈에 띄게 개선되고 있다.
금감원 정성순 은행감독국장은 "작년 말 현재 총 가계 부채가 448조원으로 1년 전의 439조원과 비슷하고 가계 대출 금리도 6.79%에서 6.28%로 하락하는 등 가계의 이자 부담이 완화돼 가계부채 문제는 연착륙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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