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한일월드컵의 감격을 보면서 저도 태극마크를 달고 뛰고 싶었습니다."국내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북한 출신의 국가대표 선수가 탄생했다. 조총련계 3세로 지난해 조선적(국적이 조선으로 표기된 재일동포)을 버리고 한국 국적을 취득한 어머니를 따라 한 달전 대한민국 국민이 된 박세훈(19·사진)이 주인공이다.
박세훈은 9일 대한축구협회가 발표한 19세이하 청소년대표팀 22명 엔트리에 이름이 올라 한일월드컵 이후 꿈꿔 왔던 태극마크를 마침내 달게 됐다. 조총련계인 오사카 조선고교를 올해 졸업한 박세훈은 지난해 '관서지방 고교선발 베스트 11'에 뽑혔고, 졸업식 때는 관서지역 240개 고교축구 선수 중 한명에게만 주어지는 '관서지방 최우수선수상'을 받은 유망주다.
최전방과 미드필드를 넘나들며 안정된 플레이를 펼쳐 재일동포 사이에서 명성을 날리던 박세훈은 이번에 주변의 추천을 받은 청소년대표팀 박성화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박 감독은 "일단 테스트를 해본 뒤 23일 한일전 20명 엔트리 명단에 포함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박세훈은 "한일월드컵에서 한국이 4강에 오르는 것을 보고 태극마크를 다는 게 꿈이었다"며 "그런 기회를 빨리 얻어 감격스럽다. 반드시 성인국가대표로 올라가 월드컵에 출전하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박세훈이 축구를 시작한 것은 오사카 조선초등학교에 입학하던 6세 때. 대학시절까지 축구선수로 활약했던 아버지 박일덕(54)씨의 영향이 컸다. 박세훈은 오사카 조선중 재학시절 학생회장 자격으로 평양에서 열린 노래대회에 참가한 적도 있다.
이천수를 가장 좋아한다는 박세훈은 "일본과의 친선경기에는 꼭 출전하고 싶다"며 "어렵게 맞이한 기회인 만큼 좋은 플레이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박세훈은 교토 리츠메이칸대 입학이 결정됐지만 태극마크와 K리그 진출의 꿈을 안고 9일 홀로 대한해협을 건넜다. 국내 프로팀과의 테스트를 추진중인 박세훈은 프로진출이 결정되면 일본의 대학을 포기하고 한국에 정착할 생각이다.
/여동은기자 dey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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