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관용(사진) 국회의장이 11일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열린우리당이 실력 저지를 공언한 가운데 한나라당은 표결처리를 위한 의장의 경호권 발동을 요구, 진퇴양난의 상황이다.박 의장은 일단 경호권 발동은 하지 않을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홍사덕 총무가 발동을 요청한 것은 8일이지만, 10일까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국회법 143조는 질서유지를 위해 의장이 본회의장에 경위를 투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헌정 사상 처음으로 벌어진 대통령에 대한 탄핵사태를 놓고 경호권을 발동해 표결을 강행하는 것은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게 박 의장의 판단인 듯 하다. 우리당은 경호권 발동이라는 말만 꺼내도 박 의장을 집중 공격할 게 뻔하다. 1980년대 이후 본회의장에서 경호권이 발동된 적이 한번도 없는 데다 경위를 투입해도 우리당 의원들이 결사적으로 버틸 경우 제지할 방법이 없다는 현실적 측면도 있다.
표결을 방해하는 의원에 대해 의장이 경고나 퇴장명령을 내릴 수는 있지만 의원들이 무시하면 그 뿐이어서 이 또한 실효성이 떨어진다.
이 때문에 박 의장이 여야간 중재 카드로 탄핵안 표결을 피해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우리당 의원들의 본회의장 점거를 이유로 본회의 개의를 미루며 여야가 타협할 것을 압박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박 의장은 11일 본회의 전 각 당 원내총무를 불러 탄핵안 표결에 대해 사전조율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식 부의장은 "경호권 발동 등 물리적 수단은 자제하고 대화로 풀어간다는 게 의장단의 입장"이라며 "원내총무단과의 조율을 통해 본회의장내 물리적 충돌은 사전에 막을 것"이라고 밝혔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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