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9일 예상과 달리 두 야당이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을 발의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야당의 대통령 흔들기, 국정 발목잡기가 극에 달했다"고 맹비난했다.청와대는 오후 5시부터 1시간45분 동안 심각한 분위기 속에 긴급 수석·보좌관 회의를 갖고 대책을 논의했다. 김우식 비서실장이 주재한 회의의 결론은 야당의 탄핵 추진을 '비이성적 처사'로 규정하면서 의연하게 국정을 챙기겠다는 것이었다.
회의에서 한 참석자는 "숫자를 앞세운 야권의 정략적 횡포가 시대적 요구를 일시적으로 가로 막을 수는 있어도 결코 역류시킬 수는 없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참석자는 "오늘 이후 국정 혼란의 모든 책임은 야당에 있다"며 야당 책임론을 제기했다. "야권이 대통령을 탄핵할 도덕적 정치적 자격이 있는가는 국민과 역사가 판단할 것"이라는 발언도 나왔다.
윤태영 대변인은 "표결 전망에 대한 구체적 분석은 없었다"면서 "탄핵안이 가결될 경우 대통령 직무 한계 등에 대한 법률 검토는 이미 이뤄졌다"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날 관광산업 인력채용 박람회에 참석한 뒤 차를 타고 이동하는 도중에 탄핵안 발의에 대한 보고를 받았으나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탄핵 정국이 가열되면 될수록 야당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대될 것이라고 보고 정면 돌파 전략을 채택했다. 한 관계자는 "일부 야당 의원들조차 반대하고 있어서 탄핵안 가결은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청와대는 11일로 예정했던 환경부 업무보고를 이날 오후 갑자기 무기한 연기시켜 "혹시 노 대통령이 11일 탄핵에 대한 입장을 밝히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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