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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부패의 전사들](8)감사원 특별조사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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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부패의 전사들](8)감사원 특별조사국

입력
2004.03.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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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자금을 마련해 사장 비서실 통장으로 보내라는 지시가 떨어졌어요. 업무추진비가 떨어졌다는 거에요. 정말 한 두 번도 아니고…뇌물을 받아 돈을 마련하라는 건가요."지난해 8월 오후, 감사원 특별조사국(당시 5국)으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낮은 목소리의 주인공은 건설교통부 산하 A공기업 지사의 내부고발자였다. B감사관은 수화기를 놓자마자 사실 확인에 들어갔다. A기업의 예산집행 관련자료와 사장의 업무추진비 집행내역, 법인카드 사용실적 등을 수집했다. 그 결과 고발자가 소속된 지사 뿐 아니라 10여 개 지사에서 사장 비서실장 통장으로 2억여원 상당을 입금한 사실을 확인했다. 특별조사국은 곧바로 현지 감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난관은 하나 둘이 아니었다. 특별 직무감찰이 시작되자 비서실 근무자들은 하나 둘씩 병을 핑계로 병원에 입원해 감사를 회피했다. 업무추진비를 상납한 지사장들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B감사관은 "2개월 동안 집에 가는 것도 포기하고 관련자들을 쫓아다니며 이야기를 듣고 반증자료를 수집했다"면서 "이를 문서로 정리해 비서실 직원에게 들이밀자 사실을 인정하더라"고 전했다. 감사원 특별조사국은 지난달 중순 A공기업 사장을 업무상 배임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고, 예산 편법집행으로 비자금을 조성해 상납한 직원 27명에 대해서도 중징계를 통보했다. 고발전화를 받은 지 7개월 여 만이었다.현대판 암행어사 특별조사국

감사원 특별조사국은 현대판 암행어사다. 나라의 녹을 받고 사는 공직자들의 부정부패 행위를 척결하는 정부의 최일선 조직이 바로 특별조사국이다. 국민들이 행정기관에서 겪은 억울한 사연이나 비위 공직자에 대한 제보도 모두 이곳으로 모여 해결 절차를 거친다.

특별조사국은 공직사회에서는 오히려 '감사원 5국'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일선 부처의 한 관계자는 "명절이나 인사철 공직기강 확립활동이 시작되면 어디선가 5국 직원이 나타나 바로바로 비위 공무원을 찍어내는데, 정말 공포의 대상이었다"고 말했다.

이런 5국이 지난해 11월 전윤철 감사원장 취임 이후 조직을 기능 위주로 재편하면서 특별조사국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권한 있는 곳에 비리도 있다

특별조사국에서 일하는 감사요원에게 원칙처럼 전해지는 말이 있다. "누구든지 절대청렴은 없다", "어느 기관이든 잘못된 관행과 부정부패의 고리는 있다." 이에 따라 인·허가권이 많고 복잡한 행정기관과 수의계약이 많은 곳은 집중 감찰 대상이 된다. 회계 경리 재산관리 업무를 장기간 맡거나 사생활이 불건전한 공직자도 요주의 대상이다.

감찰은 철저한 바닥 훑기에서 시작된다. 특별조사국 C과장은 "버스를 타고 갈 때 옆에 앉은 사람들이 행정기관에 대해서 하는 한 마디, 택시기사들이 전하는 이야기가 모두 공직감찰의 단서가 된다"고 말했다.

그래서 특별조사국 감사요원들에게 언제 어느 때든지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수첩과 녹음기, 사진기 등은 필수 소지품이 됐다.

또 평소 인맥을 동원해 기관장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이 때문에 특별조사국 감사요원은 외부에 신분이 노출되는 것을 꺼린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라

첩보를 바탕으로 100여명의 특별조사국 감사요원 중 2∼3명이 1개의 팀을 이뤄 현지 출장과 밤샘 확인작업을 수개월씩 반복해서 밝혀내는 공직자 비위는 매년 500∼600건에 이른다. 그러나 입수된 첩보 가운데 확인과 조사를 거쳐 고발 또는 징계조치되는 비율은 1% 내외일 정도로 어려운 작업이다. 특히 자료를 놓고 분석하는 정기 행정·회계감사와 달리 첩보 하나에서 시작해 비위 공직자의 처벌로 이어지는 감찰활동은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일이 된다.

또 수사권이 없는 상황에서 공직자 비위를 조사하는 것도 어려운 부분이다. C과장은 "첩보를 바탕으로 조사에 들어가도 관계자들이 입을 맞추고 자료를 숨기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주요 공직자 비위사건의 경우 조사를 하다 보면 검찰수사와 겹치는 부분도 많다"고 털어놓았다.

황숙주 특별조사국장은 "총선 및 정치환경의 변화분위기에 편승한 공직기강 해이를 막고 공직사회가 적당한 긴장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상시감시체제를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 어떤 일 하나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감사원 내에서도 특별조사국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내밀한 공직자 감찰업무를 맡고 있는 만큼 보안을 위해 사무실까지 외딴 건물에 독립해있다. 특별조사국 관계자는 "아무래도 다른 감사국보다는 비밀스럽게 처리해야할 일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공직자 직무감찰은 1977년 당시 감사원 5국에 총괄기능이 부여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5공화국 들어 신군부가 사회정화운동을 벌이면서 5국은 공직자 기강확립의 첨병이 됐고, 93년 김영삼 정부 출범과 함께 국방부 무기도입관련 율곡사업 감사를 수행하면서 권력핵심층에 대한 대대적인 사정활동으로 각광을 받았다. 이때 5국은 국방부 전직 장관과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등 13명이 무기거래와 관련 수십억원을 수수한 사실을 밝혀냈다.

전윤철 원장이 취임한 지난해 11월 기존의 1∼7국 체제가 재정금융감사국, 행정안보감사국 등 기능·정책별 체제로 바뀌면서 5국 역시 특별조사국으로 변경됐다. "일을 하려다 잘못한 하위 공무원보다는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공직사회 행태를 집중 단속하라"는 전 원장의 방침에 따라 특별조사국 역시 공직자 감찰과 함께 사회적 이슈가 되는 사안에 대해 기동감사에도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이번 충청지역 폭설에 따른 교통대란 원인규명 특별감사 착수. 특별조사국은 공무원들의 늑장 대처가 국민들의 피해를 야기했다고 판단, 한국도로공사, 중앙재해대책본부 등이 제대로 근무를 했는지, 판단에 잘못은 없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15명의 감사요원을 투입해 곧바로 감사에 들어갔다.

특별조사국은 또 1년에 6,000건에 이르는 국민들의 공직자 비리 제보와 민원을 일일이 확인하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하지만 대표적인 업무는 공직자 부정부패 감시활동. 최근에는 대한주택공사 사장 업무추진비 유용, 서울시교육청 간부 인사청탁의혹 규명 등을 처리했고 정부부처와 정부투자기관의 공직자 기강점검에도 들어갔다.

■ 황숙주 특별조사국장

"다른 정부부처의 아픈 부분을 조사하다 보니 항상 조심스럽고 신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공무원이 높은 자리의 다른 공무원을 조사하는 게 어디 쉬운 일입니까."

황숙주(57·사진) 감사원 특별조사국장은 직무감찰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다. 1977년 감사원 7급 공채로 들어와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주로 감사원 5국에서 공직자 비위감찰 업무와 공기업 구조조정 특별감사를 맡다 지난달 특별조사국장 자리에 올랐다.

감사 중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황 국장이 되풀이하는 말은 "공직자의 부정부패는 공직자가 스스로 뿌리뽑아야 한다"는 것이다.

황 국장은 "감사원 조직 개편에 걸맞게 기동성 있는 조사활동을 기초로 취약분야, 취약 공직자에 대해서는 상시 모니터링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평범한 진리를 강조했다. "기관장 기강이 해이하면 하위 공직자도 무사안일 내지 부패하고, 아랫사람이 부패한 경우 기관장도 유사한 부패의 길을 걷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경제전문가인 전윤철 원장이 취임하면서 특별조사국은 기업불편신고센터 업무까지 맡게 됐다. 황 국장은 "잘못된 방식으로 일하는 공직자도 문제지만 행정기관이 '일 많이 하면 감사에 걸린다'며 일하지 않고 기업활동을 가로막는 것도 문제"라며 "국민불만을 초래하는 공무원들의 부당한 거부처분도 발본색원하겠다"고 강조했다.

황 국장은 "근무시간에 자리를 비우는지, 출퇴근은 제시간에 하는지 점검하는 적발 위주의 공직자 기강 잡기는 부패를 일소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내성이 강해지고 은밀해진 비위를 시스템적으로 차단해 활기찬 공직문화 조성에 일조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정상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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