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MVP 먹었어요. 허리 아픈 거 잊고 훌쩍 일어나세요!"최우수선수(MVP)로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는 순간'보물센터'김주성(25·205㎝·TG삼보)의 두 눈은 벌겋게 물들었다. 환호 속에 무대에 오른 김주성은 말을 잇지 못했고 앞자리에서 아들의 모습을 지켜보던 이영순(46)씨는 손수건으로 얼굴을 가린채 눈물을 닦았다. 김주성이 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03∼04 애니콜프로농구 정규리그 시상식에서 기자단 투표 총 78표 중 76표를 얻어 각각 1표씩 얻은 김승현(오리온스)과 추승균(KCC)을 압도적으로 제치고 MVP에 선정됐다. 상금은 500만원. 김주성은 이와 함께 베스트5와 수비5걸, 우수수비, 야투성공 등 5관왕을 휩쓸었다.
지난 시즌 프로에 입문한 김주성은 그 해 신인왕을 차지하며 TG삼보를 플레이오프 챔피언으로 이끌었고 올 시즌 창단 후 첫 정규리그 우승을 견인했다. '삼보의 우승은 김주성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는 데뷔 2년만에 국내 농구 최고수의 위치에 올랐다.
비록 팀간 '개인상 밀어주기 담합파문'으로 토종선수 첫 블록슛왕 등극이 유보돼 '옥에 티'를 남겼지만 시즌 내내 용병들에 한 치도 밀리지 않는 위력을 과시했다. 큰 키에 어울리지 않는 빠른 스피드와 정교한 골 밑 플레이, 타고난 블록슛 감각이 절정기에 이르렀다는 평. 올 시즌 54 전경기에 출장, 평균 18.35득점, 8.85 리바운드, 2.43 블록슛, 2.39어시스트를 기록, 10년동안 한국농구를 주름잡은 '국보급센터'서장훈을 능가했다.
그러나 실력보다 더욱 평가 받는 것이 인간성이다. 김주성은 아버지는 다리가 불편하고 어머니는 척추측만증을 앓는 장애인이지만 어려운 가정환경에 굴하지 않고 부모를 깎듯이 모시는 소문난 효자다. 부산에 살던 시절 국가보조금을 받을 정도로 형편이 어려웠고 김주성이 중앙대로 진학한 후 부모와 함께 서울로 올라왔지만 방배동의 방 2칸짜리 셋집에서 살았다. 프로에 와서 목돈을 벌게 되자 가장 먼저 부모님을 위해 승용차와 집을 마련했다. 아버지 김덕환(53)씨는 이날 "아내가 많이 아프지만 꼭 직접 보겠다며 병원도 가는 것도 미루고 함께 왔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한편 신인상에는 삼성의 백업센터인 이현호가 25표를 획득, 지명도에서 앞섰던 김동우(모비스)와 옥범준(KTF)을 따돌리는 이변을 일으켰다. 최우수 외국인선수상은 KCC의 '득점기계' 찰스 민랜드가 차지했다. 표명일(KCC)은 우수 후보선수상과 기량발전상을, TG삼보의 전창진 감독은 감독상을 받았다. 베스트5로는 센터 서장훈(삼성), 포워드 민랜드, 김주성, 가드 이상민(KCC), 김승현이 선정됐고 수비 5걸은 센터 R.F. 바셋(KCC), 포워드 추승균, 김주성, 가드 김승현, 강혁(삼성)이 각각 뽑혔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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