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이 백옥 같아서가 아니다. 찐빵집 딸로 여기저기 밀가루를 묻히고 다녀 '백설공주'란 별명이 붙었다. 젖먹이 땐 우량아 대회를 휩쓸었고, 굵은 팔뚝 덕에 투포환 선수로 발탁돼 '강원도의 마녀'로 이름을 떨쳤다. 쇠 공을 놓은 뒤에는 눈물겨운 다이어트로 '찐빵 몸매'에서 탈출, 패션 모델을 꿈꾸며 '케이크 같은 여자'가 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15일 첫 방송하는 KBS2 월화드라마 '백설공주'(극본 구선경 이선영, 연출 이재상)에서 김정화(21)가 맡은 주인공 마영희의 이력이다. 커다란 뿔테 안경에 라면을 삶아 얹은 듯한 촌스런 머리…. 막 촬영을 마치고 달려왔다는 김정화의 차림새에서는 이국적인 외모와 털털한 성격으로 10대 팬이 유난히 많은 신세대 스타의 모습은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영희는 늘 덤벙대고 어리버리 해서 사고를 달고 다니죠. 힘은 장사지만 사랑 앞에서는 숙맥이고요." 터프해 보이는 겉과 달리, 실제 김정화는 수줍음 많고 취미가 뜨개질일 만큼 여성적이다. 그런 그녀가 '어리버리' 연기도 모자라, 투포환 선수를 연기할 때는 특수 분장한 '찐빵 몸매'로 카메라 앞에 선다. 예뻐 보이기에 여념이 없을 20대 초반에 이처럼 한없이 망가지는 역할이 꺼려질 법도 한데, "그동안 해보지 못한 독특한 역할이라 신나고 재미있다"고 말한다.
가장 큰 걱정은 "표정도, 행동도 '오버'가 심해 어색해 보이지 않을까" 하는 점. 촬영에 앞서 로맨틱 코미디를 섭렵하고, 특히 '미술관 옆 동물원'의 심은하, '위대한 유산'의 김선아 연기를 눈 여겨 봤다는 그녀에게 이 PD는 "표정 연기가 많이 좋아졌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제작진이 밝힌 '백설공주'의 기둥줄거리는 귀여운 마녀의 좌충우돌 로맨스. 영희는 10년을 해바라기한 바람둥이 진우(연정훈)와 그의 동생인 철부지 연하남 선우(이완)의 사랑을 한 몸에 받지만, 진우를 노리는 성형미인 희원(오승현), 선우를 찾아 현해탄을 건넌 재일동포3세 미나코(조윤희) 때문에 어느 쪽도 쉽지 않다. 결말은 아직 미정이라고 제작진은 귀뜸한다. 실제라면 김정화는 누구를 택할까. "자상하고 젠틀한 진우 쪽이 좋지 않을까요."
김정화는 MBC 시트콤 '뉴 논스톱'으로 인기를 얻어 일요 드라마 '1%의 어떤 것'에서 주연을 맡았지만, 아직 연기자로서는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영화 데뷔작 '그녀를 모르면 간첩'도 흥행과 비평에서 모두 신통치 않았다. "사실 그동안은 연기보다 이미지로 주목 받는 연예인이었죠. 10대 팬이 많은 것도 그 때문이겠죠. 이제는 '연기자 김정화'로 사랑 받고 싶어요. 하지만 그게 하루 아침에 되겠어요? 한 발 한 발 차근차근 쌓아 가야죠."
/이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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