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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와 야수" 현지 리뷰/뉴욕 한복판에 펼쳐진 "마법의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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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와 야수" 현지 리뷰/뉴욕 한복판에 펼쳐진 "마법의 성"

입력
2004.03.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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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스트라가 웅장하면서도 서정적인 서곡을 연주하자, 시끌벅적하던 장내가 잠잠해졌다. 뉴욕 브로드웨이 46번가 룬트폰테인 극장. 1994년 4월18일 브로드웨이 팔라스 극장에서 초연된 이래 10년째 브로드웨이를 장기 집권 중인 디즈니 뮤지컬 '미녀와 야수'의 공연은 가족 단위 관객으로 객석이 꽉 찼다. 백인 중년층이 주 관객인 여타 브로드웨이 뮤지컬과 달리 '미녀와 야수'의 객석은 인종과 나이를 묻지 않았다.마음씨 나쁜 왕자가 벌을 받아 야수가 되었다가 사랑을 배우면서 인간으로 환생한다는 동화의 내용은 사실 새로울 것도 없다. 그러나 요정이 던지는 불꽃이 무대 위에서 불길을 일으키며 왕자를 야수로 만들고, 거대한 성 내부 세트가 무대 전면으로 나오는 순간 객석은 강력한 주술에 걸렸다. 작곡가 알란 멘켄의 고전적 아름다움이 빛나는 멜로디는 단번에 관객을 야수가 사는 옛 프랑스의 기괴한 성(城)으로 데려갔다.

'미녀와 야수'는 세계 뮤지컬 시장의 3대 제작자로 꼽히는 디즈니 씨어트리컬 프로덕션이 제작한 첫 번째 브로드웨이 뮤지컬이다. 애니메이션을 뮤지컬로 만들 수 있다는 상상은 그 아무도 하지 못했다. 그러나 '미녀와 야수'는 '미스 사이공'을 뒤로 밀어내고 '캣츠' '오페라의 유령' '레미제라블' 등에 이어 브로드웨이 100년 역사에서 장기 흥행순위 6위를 기록하고 있다.

어떤 힘일까. 1991년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가 나왔을 때, 이미 '미녀와 야수'는 별종 뮤지컬을 예감하게 했다. 영화 개봉 당시 뉴욕 타임즈는 어느 브로드웨이 뮤지컬도 아닌 '미녀와 야수'야말로 토니상 음악상을 받아야 한다고 극찬했다. 'Be Our Guest' 'Human Again' 'Beauty and the Beast' 등 드라마틱하면서도 서정적인 선율은 일급 브로드웨이 뮤지컬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그러나 음악의 힘만으로 570만명의 관객을 모으고 3조6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릴 수는 없다.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는 모든 연령층을 대상으로 한 작품은 아니었다. 그러나 뮤지컬은 과장된 몸짓과 코믹한 동작, 주인공 벨과 야수 사이의 사랑, 뤼미에르(말하는 촛불)의 우스꽝스런 로맨스를 보태 어른들을 위한 로맨틱한 동화가 됐다. 43회에 이르는 무대전환 등 스펙터클도 빼놓을 수 없다. 야수가 공중에 매달려 회전하면서 인간으로 변하는 순간, 주술에 걸려 촛불과 찻잔 그리고 시계와 주방 용기로 변한 성 사람들이 벨을 위로하는 만찬을 차리는 장면 등 극적 순간의 무대 장치는 고급스러우면서도 우아한 광경을 선사한다. 연출가 로버트 제스 로스는 "마법에 걸려 촛불, 괘종시계, 찻잔으로 변한 인간을 어떻게 표현할까가 가장 어려운 문제"였다고 말했다. 손에서 불꽃이 올라오는 인간 촛불, 몸통에 괘종을 붙인 시계 인간 등의 표현은 이 작품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교토), 브라질(상파울루)에서도 공연 중인 '미녀와 야수'가 8월이면 서울에 온다. 8월8일부터 LG 아트센터에서 5개월 대장정에 올라 한국 관객에게 자신의 보편적 매력을 평가 받게 될 것이다.

/뉴욕=이종도기자 ec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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