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불법 대선자금 중간수사결과 발표에서 검찰은 대선 당시 노무현, 이회창 두 후보 캠프의 불법자금 총액을 집계하지 않음으로써 '10분의 1' 논란에 대한 최종 판단을 여론에 떠넘겼다.지금까지 수사를 통해 입증된 불법자금을 집계하면 한나라당이 약 823억2,000만원, 노무현 후보 캠프측이 약 113억8,700만원에 달한다. 노 후보 캠프의 불법자금에는 정대철, 신계륜 의원 등이 개인 자격으로 수수한 자금,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의 용인땅 매입대금 19억원, 대통령 측근들이 대선 이후 수수한 돈 등 대선자금과의 직접 연관성이 떨어지는 불법자금은 제외됐다. 최대한 엄격하게 기준을 적용했음에도 불구, '10분의 1'을 훌쩍 넘어서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안대희 중수부장은 "드러난 불법자금은 증거에 의해 뒷받침된 최소한의 사실일 뿐이며, 아직 수사가 완료되지 않아 비교는 무의미하다"며 "'10분의 1'에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노 후보 캠프측이 받은 불법자금 규모가 한나라당의 '10분의 1'을 초과했다 해서 선뜻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기에는 검찰 수사결과가 다소 애매한 것 또한 사실이다. 여권에 비해 8배에 가까운 불법자금을 모금한 것으로 드러난 한나라당이 노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할 명분을 갖게 됐다고 보는 시각은 그리 많지 않다. 더구나 '10분의 1'은 노 대통령 스스로 설정한 자의적 기준일 뿐, 어떠한 법적 구속력도 지니지 못한다.
가장 큰 문제는 '10분의 1'이 최고 권력자가 전체 국민을 상대로 한 약속이라는 점이고, 그런 발언이 갖는 정치적 무게는 법적 책임을 초월한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최도술, 안희정씨 등 측근 비리가 연이어 불거진 시점에서 '10분의 1' 논리를 내세워 수세적 국면을 타개했다. 그는 이 주장의 연장선상에서 "한나라당이 리무진이라면 나는 티코"라는 비유를 통해 도덕적인 면에서의 비교 우위를 한껏 강조했다. 누구도 동의하지 않은 자신만의 기준을 내세워 이를 정치적 목적에 이용한 만큼 노 대통령은 자신의 발언에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됐다.
여권도 노 대통령의 측근 안희정씨가 삼성으로부터 30억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한나라당의 '차떼기 수수'와 차별화를 기하기 어렵게 됐다.
수사결과 밝혀진 것이 이 정도라면 실제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들이 여권에 제공한 불법자금은 이를 훨씬 상회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결국 검찰 중간수사결과는 당분간 '10분의 1' 논란의 종식이 아닌 새로운 정치적 논란의 확대 재생산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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