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이 오시니 날씨도 확 풀렸습니다." "날씨처럼 모든 문제가 잘 풀렸으면 합니다."재계의 노사관계 사령탑인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단이 8일 한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을 방문했다. 4년 여 만에 처음으로 양 단체 수뇌부가 머리를 맞댄 자리였다. 이수영 경총 회장과 이수호 민노총 위원장이 최근 새로 선출됐고, 대화를 강조하는 온건파라는 점에서 두 사람의 만남 자체가 후한 평가를 받고 있다.
이들은 이날 의례적인 덕담의 수준을 넘어 상시적인 대화채널 구축 등의 건설적인 제의를 주고 받아 기대에 부응하는 듯 했다.
하지만 이들의 만남은 첫 단추를 꿴 것에 불과하다. 노사 최대 현안인 비정규직 처리를 놓고 경총은 정규직의 선(先) 희생을 요구하고 있고, 민노총은 경영진의 비용전담을 주장하고 있다. 일자리 창출 문제도 경총은 해고의 유연성을 고수하고 있지만 민노총은 임금삭감·고용감축 없는 일자리 나누기를 고집하고 있다. 이런 식의 줄다리기가 계속된다면 노사정이 맺은 사회적 대타협도 구호로만 그칠 게 불 보듯 뻔하다.
노사관계는 결국 노사가 어떻게 비용을 분담할 것인가의 문제다. 네덜란드·아일랜드·스페인 모델 등 갖가지 해법들이 수입되고 있지만, 이 역시 누가, 무엇을, 얼마나 양보할 것인지가 핵심이다. 노사가 한발씩 양보하는 것 외에는 다른 해법이 있을 수 없다.
양 단체 수뇌부는 취임 일성으로 "대립적 노사관계에 종지부를 찍겠다" "전투적 노동운동의 변신을 도모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국민들이 거는 기대가 남다른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경제의 미래가 자신들의 공약 이행 여부에 달려있다는 것을 두 사람은 잊어서는 안 된다.
유병률 산업부 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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