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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마야 서울가자/"서울 건달도 달마 손안에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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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마야 서울가자/"서울 건달도 달마 손안에 있지요"

입력
2004.03.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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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주인공 정진영·이원종·이문식"서울에 갔더니 절은 빚더미에 올라 앉았고, 건달들이 절을 완전 장악했습니다. 꼿꼿한 원칙주의자인 청명스님이 이를 보고 가만히 있겠습니까? 술이면 술, 노래면 노래. 한판 붙을 수밖에요."(정진영) "건달들을 겁주는 데는 역시 차력시범이 최고죠. 힘껏 각목을 내리치고 철근까지 구부리는데 이게 뭡니까? 그 건달들이라는 게 눈길 한번 안 주고 공중을 휙휙 날아다니는 거 아닙니까. 나, 원."(이원종) "아무 말도 안 하는 묵언수행 328일째였습니다. 좀만 더 참으면 목표로 한 1년인데, 노스님의 유품을 전하러 서울에 가자마자 300억원짜리 로또에 당첨된 겁니다. 게다가 건달들이 로또복권이 들어간 불전함까지 가져갔으니…."(이문식) 세 스님이 다시 뭉쳤다. 3년 전 진짜 스님들까지 파안대소케 했던 영화 '달마야 놀자'의 정진영(40·청명 스님), 이원종(39·현각 스님), 이문식(38·대봉 스님)이 속편 '달마야, 서울 가자'(감독 육상효)를 위해.

극중 서울 무심사(無心寺)로 나오는 부산 대각사 촬영현장. 서울 봉원사에서 삭발 수계식을 가졌고, 정식 법명까지 받은 이들은 누가 봐도 진짜 스님이다. 먼저 이원종이 웃통을 벗었다. 그러더니 누워있는 이문식의 배를 각목으로 냅다 내리쳤다. "이얍!" 기합소리와 함께 수입원목으로 만든 각목은 정확히 두 동강이 났고, 감독의 'OK' 사인 후에도 이문식은 일어나질 못했다.

"차력시범을 보이자는 아이디어는 제가 낸 겁니다. NG를 내서 여러 번 치는 것보다는 단번에 끝내는 게 낫다 싶어 사정없이 휘둘렀지요."(이원종) "상대 배우 잘못 만난 팔자 탓이죠. 큰 덩치가 달려들 때의 중압감은 안 겪어보면 모릅니다. 게다가 원종이 형이 운동신경까지 없어 배 아래쪽을 내리치는 바람에 진짜 큰일 날 뻔했어요."(이문식)

7월 개봉 예정인 '달마야, 서울 가자'는 노스님의 유품을 전하러 서울로 간 세 스님의 이야기. 무심사라는 서울 도심 한복판의 절을 허물고 초고층 주상복합건물을 지으려는 건달들(신현준 유해진 김석환)과, 이들을 내쫓고 절을 지키려는 스님들과의 기상천외한 한판대결이 주 내용이다. 정진영의 표현을 빌리자면 "스님들이 오히려 절을 내놓으라고 애원하는 기막힌 상황"이다.

전국 관객 400만명을 불러모은 전편의 부담 때문일까. 촬영장 분위기는 화기애애했으나, 세 배우의 표정은 심각했다. 이원종이 털어 놓았다. "처음 섭외 들어왔을 때는 솔직히 망설였어요. '달마야 놀자'의 영광이 부담됐던 거죠. 그러나 같이 호흡을 맞췄던 다른 스님들과 감독님을 믿고 출연하게 됐습니다. 지금까지 20% 정도 찍었는데 서서히 자신감이 붙네요. 저의 대표작이 되게끔 노력하겠습니다."

묵언수행 스님으로 나오는 이문식은 우울증까지 걸렸다. "말 못한다는 게 정말 힘든 형벌입디다. 제 장난기를 억제하느라 스트레스 엄청 받고 있어요. '달마야' 시리즈가 5, 6편이 나올 때쯤이면 저에게도 아름다운 로맨스 역할이 생기겠죠." 정진영도 "와이어 액션 연기가 고달프기는 하지만 즐겁고 흐뭇한 영화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한마디 거들었다. 모두가 '속편은 성공 못한다'는 속설을 딛고 '달마야, 서울 가자'가 잘 되기 위해 애쓰는 모습. 세 스님의 '하산(下山)'이 벌써부터 기다려지는 이유다.

/부산=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메가폰 잡은 육상효 감독

스님과 건달의 공통점은? 첫째, 집에서 나와 생활한다. 둘째, 머리카락이 짧다. 셋째, 뭔가 특별한 과거가 있다.

'달마야, 서울 가자'(공동제작 씨네월드·타이거픽쳐스)는 스님과 건달이라는 전혀 다른 두 집단의 기상천외한 한판 대결을 그린 '달마야 놀자'(감독 박철관)의 속편. 이번에는 2002년 '아이언 팜'으로 데뷔한 육상효(41·사진)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육 감독이 '달마야, 서울 가자'의 연출 제의를 받았을 때 처음 떠오른 이미지는 서울 강남의 테헤란로를 걸어가는 스님들의 뒷모습이었다. 그것도 발우(밥그릇)를 등에 매고 머리를 빡빡 깎은 채 노래방 가득한 거리를 일렬로 걷는 풍경. " '달마야 놀자'가 산사로 찾아 든 건달들의 이야기였다면, '달마야, 서울 가자'는 도시로 하산한 스님들의 이야기입니다. 낯선 도심에 적응하려는 스님들의 에피소드와 돈을 좇는 도시의 탐욕까지 드러내는 휴먼 코미디가 될 겁니다."

전편과 달리 안마시술소, 노래방, 숯불갈비, 룸 살롱으로 둘러싸인 도심 속 절이 배경인 만큼 술과 노래의 등장은 어쩔 수 없다. 자칫 민감한 반응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에 수위조절이 관건. "조계종 총무원측과 많은 얘기를 나누고 있어요. 건달들과 싸우는 내용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젊은 관객들이 불교를 친근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한 '달마야 놀자'가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제 작품 결말에도 불교적 자비와 훈훈함이 있습니다."

육상효 감독이 이 작품에 거는 각오는 남다르다. '아이언 팜'이 흥행에 실패한 탓도 있지만, 충무로가 그에게 거는 기대가 워낙 크기 때문. 그는 94년 단편 '슬픈 열대'로 제1회 서울단편영화제 관객상을 받았고, '장미빛인생' '금홍아, 금홍아' '축제'의 시나리오를 쓴 뒤 미국 남가주대(USC) 대학원에서 시나리오를 전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마야 서울 가자'를 선택한 이유를 "코미디가 하고 싶었고, 전편의 캐릭터와 상황이 유지되기 때문에 내 능력으로도 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자신을 낮춘다.

출연 배우들과는 인연이 꽤 깊은 편. 정진영은 대학(서울대 국문과) 1년 후배이고, 이원종은 고교(대전 대신고) 2년 후배다. 건달 두목으로 나오는 신현준과는 '장군의 아들' 때부터 알고 지내온 사이. 불가에서 말하는 깊은 '인연'이 '달마야, 서울 가자'를 어떤 색깔로 빚어낼지 궁금하다.

/김관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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