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정규리그 마지막 날 벌어진 사상 초유의 '타이틀 밀어주기' 추태와 관련, 여론의 질타를 받은 한국농구연맹(KBL·총재 김영기)이 3점슛과 블록슛 시상을 유보키로 해 '개인상 주고받기 담합파문'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KBL은 8일 서울 논현동 농구회관에서 긴급 재정위원회(위원장 오기택)를 열고 문제가 됐던 TG삼보―전자랜드, 모비스―LG전 등에 관련한 진상조사에 착수했다.오기택 재정위원장은 "KBL규약 제18조는 'KBL 및 구단 소속 모든 구성원은 경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부정행위를 할 수 없다"며 "9일 시상식에서 2개 부문에 대한 시상을 유보하고 철저한 진상조사를 한 뒤 적절한 조치를 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KBL이 농구 규칙에 따라 정상적으로 종료된 경기 기록을 명확한 물증 없이 팬들의 여론에 밀려 자의적인 판단으로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KBL이 시상 유보라는 임시방편으로 여론이 수그러들때까지 시간 벌기에 들어갈 지, 아니면 기록 자체를 무효화하는 극약처방을 내릴지 아직 속내를 알 수는 없다. 당장 주말부터 6강 플레이오프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정위 정영환 위원은 "사전에 팀간 담합과정이 있었는지를 밝히려면 포스트시즌이 끝나기 전에 결과물을 내놓기 어려울 것"이라며 "불성실게임이란 측면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고 말해 포스트 시즌이 종료된 후에야 가시적 조치가 가능함을 내비쳤다.
7일 우지원(모비스)은 LG 선수들의 묵인(?)하에 무려 42개의 3점슛을 난사해 3점포로만 63점, 총 70점의 믿기 힘든 한 경기 최다득점을 기록했다. 김태환 감독조차 LG 선수들에게 "정상적으로 수비를 하라"고 역정을 냈지만 끝내 수비는 없었다.
TG삼보의 김주성 역시 문경은(66점·3점슛 22개)을 밀어주기 위한 전자랜드의 '동업자 정신'에 힘입어 단신 선수들의 예고된 레이업슛을 걷어내며 KCC 용병 R.F 바셋을 추월하고 토종 첫 블록슛왕을 차지했다. 이날 세워진 각종 엽기기록들은 '담합'이 아니고선 영원히 경신할 수 없는 대기록(?)인 셈. 이에 대해 KBL 사이트 게시판이 다운될 정도로 팬들의 분노는 빗발치고 있다. 스포츠의 의미는 '불가능에의 도전'에 있고 가능할 것 같지 않은 기록을 경신할 때 감동을 받는다. 네티즌들이"팬들을 우롱하고 기만한 것"이라며 비난한 것은 바로 이러한 감동을 빼앗은 것에 대한 분노인 셈이다.
지난 시즌 챔프전 계시기 오조작 사건과 올 시즌 경기중단 파문, 같은 계열사 팀간에 외국인 선수를 맞바꾸는 해프닝 등 이해할 수 없는 숱한 사건들이 줄을 잇고 있지만 정작 KBL은 진솔한 해명도, 후속조치도 없이 직무를 방기하고 있다. 김영기 총재 등 현 집행부가 이번 시즌을 끝으로 사임키로 공언한 가운데 이번 사태를 어떻게 수습하고 떠날지 농구인들과 팬들은 주목하고 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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