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건강수첩/해외 원정치료 유감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건강수첩/해외 원정치료 유감

입력
2004.03.08 00:00
0 0

지난해 초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유방암 진단을 받은 A(47·여)씨는 미국의 MD앤더슨암센터가 세계 최고의 암병원이라는 말을 듣고 그 병원을 찾아가 9개월 넘게 치료를 받았다.통원하면서 항암치료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A씨는 약값·처치료·검사비 명목으로 5만3,870달러, 진료비로 1만4,520달러 등 도합 6만8,390달러를 병원에 지불했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약 8,200만원. 여기에 9개월 체류하는 동안 낸 집세와 생활비도 6만달러를 넘었다. 결국 1억6,000만원 이상 쓴 셈이다.

'3시간 대기-3분 진료'로 표현되는 국내 의료계 현실과 뿌리깊은 사대주의 등으로 외국에 나가 치료받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암이나 희귀·난치병 등 국내 의료수준으로는 치료가 어려운 경우는 어쩔 수 없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선진국 의술이 한국보다야 낫겠지"라는 막연한 기대감에서 외국행을 결행한다. 지난해만도 1만명이 넘는 국내 환자가 해외로 나가 1조원 이상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주로 찾는 병원은 MD앤더슨, 존스홉킨스, UCLA, 스탠퍼드대, 슬로앤 캐터링 등 미국의 내로라하는 유명병원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런 해외 원정 진료는 일부 부유층의 전유물이었지만 요즘은 중산층까지 합세하는 추세다. 암의 경우 항공료나 숙박비를 제외하고도 적게는 2,000만원, 많게는 1억원을 훌쩍 뛰어넘는데도 말이다.

이에 따라 해외진료 대행업체가 때아닌 호황을 맞고 있다. 이들은 해외진료 뿐만 아니라 항공권 예약이나 보호자 숙소 안내, 통역 등의 서비스까지 패키지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의료 전문가들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그들은 "국내 의술의 수준이 선진국에 비해 떨어지지 않으므로 해외 원정 진료가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충고한다. MD앤더슨암센터 출신의 국립암센터 이진수 원장은 "위암과 같은 '한국형 암'은 진료 경험이 많은 국내 의료진에게 치료 받는 편이 낫다"며 "오히려 낯선 환경이 환자의 병을 키울 수도 있다"고 말한다. 문제는 결국 국내 의료서비스의 질과 정책당국의 의지다. '3시간 대기-3분 진료'를 조장하는 건강보험제도와 왜곡된 의료체계가 엄존하는 한 외화낭비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