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주)와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2대 주주 소버린자산운용이 주총(12일)을 앞두고 최태원 회장의 자질 문제를 본격적으로 거론하고 SK텔레콤 지분 매각을 강력히 주장하고 나서 주총에서 이 문제가 최대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6일 서울 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SK(주) 소액주주와 소버린측 추천 사외이사 후보간 모임에서 후보인 김준기 연세대 교수는 "최 회장의 경영능력에 의문이 간다"며 "능력 있는 새로운 CEO를 찾아 선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는 소버린측이 이번 주총에서 표 대결을 벌여 승리한 뒤 새 이사회 구성을 통해 최 회장의 퇴진 문제를 공론화하겠다는 포석이다. 최 회장은 현재 임기가 1년 남아 있는데다 지난달 열린 SK(주)이사회에서 이사 퇴진을 하지 않기로 결정한 상태여서 설사 소버린측이 주총에서 이기더라도 퇴진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적다. 소버린측이 추천한 사외이사는 5명으로, 주총에서 승리하더라도 SK(주)측과 5대5로 이사회를 구성해야 한다. 더욱이 임기 중 이사해임은 임시 주총에서 의결권의 3분의2를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현재 소버린측 우호지분으로는 불가능한 상황. 결국 소버린은 승패를 떠나 이번 주총에서 최 회장의 퇴진 문제를 계속 제기하고 지지세력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의도를 가시화한 것이다.소버린의 제임스 피터 대표이사(CEO)와 사외 이사들이 종전 입장을 바꿔 "SK(주)의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SK텔레콤 지분을 매각해 부채를 상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SK텔레콤은 계열사 59개를 거느린 재계 3위 SK그룹의 핵심계열사며 SK(주)가 보유 중인 지분은 총 1,766만3,127주로 전체의 21.5%다. SK(주)가 갖고 있는 SK텔레콤 지분 매각은 곧 SK그룹의 해체를 의미한다. 이를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는 소버린측이 SK텔레콤 지분 매각을 주장하고 나선 것은 지주회사인 SK(주) 이사로 남아 지배권을 가지고 있는 최 회장을 겨냥한 측면이 크다. SK(주)는 7일 성명을 발표, "소버린 추천 이사후보들이 소액주주들과 만나 CEO 교체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은 명백한 적대적 인수·합병(M&A) 의도를 드러낸 것" 이라며 "소버린이 말로만 적대적 M& A가 아니라는 주장을 계속하는 것은 소액주주를 호도하는 것" 이라고 밝혔다. SK(주)는 "SK텔레콤 지분을 갖고 있는 것은 위험분산과 시너지효과 등 그룹체제의 순기능이 많기 때문"이라며 지분매각 자체를 반대하고 있어 주총에서 양측의 격돌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황양준기자 naig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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