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제과는 제과업계에서 불황 무풍지대로 통한다. 동종업체들이 내수침체에 따른 불황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으나 해태제과는 매년 매출 규모가 크게 늘어나는 등 '나홀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같은 매출 증대에 힙입어 2000년 21%였던 시장점유율도 지난해는 24%를 넘어섰다.1997년 해태그룹의 부도 사태로 한때 화의에 들어갔던 해태제과가 이처럼 꾸준히 성장하는 계기를 마련한 것은 3년전 차석용(51) 사장 체제가 출범하면서부터. 2001년 10월 새롭게 출범한 해태제과는 부실사업들을 대대적으로 정리해 제과와 아이스크림 등 핵심사업에 역량을 집중했다. 그 결과 그동안 만년 2위 자리에서 벗어나 우리나라 제과업계 1위 목표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새출발 2년만에 괄목 성장
해태제과는 새 경영진이 출범한 지 2년 만에 뚜렷한 경영실적을 냈다. 2001년 5,572억원이던 순매출액은 2002년 5,800억원, 2003년 6,128억원으로 증가했다. 올해는 6,581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영업 이익도 2002년 888억원에서 2003년 952억원으로, 당기순이익은 2002년 69억원에서 2003년 158억원으로 각각 늘어났다.
차 사장은 "2년간 해태제과는 60년 가까이 받아온 소비자들의 사랑을 가슴에 다시 새기며 기존 히트 상품들을 고급화하고, 고기능성의 창의적인 제품개발에 주력해 왔다"며 "이로 인해 극심한 내수 불황속에서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고 나아가 경영을 정상화하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말했다.
신뢰경영이 성장의 토대
해태제과 직원들은 환란 때 부도로 쓰러진 후 화의에 들어갔다가 기사회생하고, 견실하게 성장하게 된 원동력으로 차 사장의 투명 및 정도 경영을 꼽는다. 이른바 신뢰경영이 기폭제가 돼 새 기업으로 탈바꿈했다는 것이다. 2001년 해태제과 사령탑을 맡은 차 사장은 과거 불투명한 오너 경영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해 2002년 5월 윤리경영을 선포하고 직원 개개인이 올바르고 투명하게 직무에 전념할 것을 강조해 왔다. 차사장 본인 자신도 매달 임직원 회의에서 지난달 경영 실적을 일일이 공개하고 다음달 할 일 등을 직접 챙기고 있다. 과거 오너 경영시절 정(情)에 얽매인 관리에서 탈피해 신상필벌을 분명하게 했다.
또 직급이나 연공서열 등을 파괴한 연봉제를 도입, 선의의 경쟁을 유도하고 목표를 달성한 상위 10%의 임직원들에게는 매년 일정액의 스톡옵션(주식매입선택권)을 부여했다. 이와 함께 모든 임직원들에게 생명보험과 상해보험을 회사부담으로 가입해줬다. 이 결과 직원들사이에 '한번 열심히 해보자'는 인식을 심어줘 새출발 2년반 동안 20년 만에 이룰 변화를 가져왔다는 분석이다.
남다른 마케팅 경쟁력
차 사장의 등장 이후 눈에 띄게 달라진 마케팅 경쟁력도 해태제과의 재탄생을 위한 노력들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이 회사의 마케팅 귀재들은 불황과 부도 등 두가지 악재를 털어내고, 성장세를 가속화하고 있다. 한국P& G 출신인 차 사장을 정점으로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학석사(MBA) 출신으로 질레트 등 외국계 기업에서 선진 마케팅 기법을 터득한 이창엽(38) 전무가 해태의 마케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또 해태제과는 마케팅팀중 다수를 젊은 20대들로 구성, 쉴새 없이 시장의 트렌드를 주도하는 상품들을 기획해내고 있다. 특히 이 전무는 일류 브랜드를 집중 육성하기 위해 전통있는 우수 제품들을 리뉴얼을 통해 선보이고 혁신적인 신제품 출시로 제과업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달라진 해태의 마케팅력은 내놓은 제품마다 연달아 히트를 기록한 데서 잘 나타났다. 지난해 여름 빙과시장을 강타한 아이스크림 '호두마루'가 대표적인 사례. 빙과류 하나까지 건강을 염려하는 트렌드를 파악, 몸에 좋은 성분인 호두를 넣은 제품을 내놓았다. 제품 이름 또한 순우리말을 사용해 소비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선 것이 주효했다. '자일리톨 333껌'은 일본 진출 4개월 만에 24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수출 주력 상품으로 부상했다. 이명래(46) 관리본부장은 "97년 그룹 부도 여파로 혹독한 시련을 겪기도 했지만 경쟁력있는 제과기술의 수출에 힘써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김혁기자 hyukk@hk.co.kr
제과 전문기업인 해태제과는 1945년 10월 민족자본과 우리 기술로 세워진 국내 최초의 식품회사인 '해태제과 합명회사'라는 이름으로 설립됐다. 창사 이후 해방 정국의 피폐하고 혼란스러운 사회경제적 상황 속에서 제품을 다양화하고 질적 향상을 통해 국민의 건강을 생각하는 기업으로 성장해왔다. 59년에는 국내 최초의 국산 껌인 '슈퍼민트'를 생산해 제과 기술력을 대내외에 과시했으며, 60년대에는 영등포에 조성한 3만5,000평의 대단위 공장에서 캔디, 껌, 비스킷, 빵 등을 생산했다. 70년에는 '부라보콘'을 탄생시키며 본격적인 국산 고급 아이스크림의 시대를 열었다.
97년 그룹의 부도 여파로 최종 부도 처리되는 아픔을 겪었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과 해태 브랜드의 가치 등을 인정받아 99년에 출자전환을 성공리에 마무리했다. 2001년에는 CVC, JP모건, UBS캐피털 등으로 구성된 투자 컨소시엄으로부터 대규모 외자를 유치하고 투명한 제과전문기업으로 제2의 도약기를 맞고 있다.
해태제과가 현재 판매하고 있는 제품은 모두 200여종. '맛동산', '에이스', '부라보콘' 등 전통 히트 제품을 비롯해, 국내 최초의 항스트레스껌인 '제로트레스'와 무공해 고기능쌀인 '자연애' 등 고기능성의 창의적인 제품개발로 식품업계 발전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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