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잣대로 세상을 바라보면 틀리는 경우가 훨씬 많다. 많은 지식을 가진 것 자체로만 승리자가 되었던 시절에서 이제는 그 지식을 잘 활용하여 실현 가능한 아이디어로 연결한 사람이나 조직만이 사회를 이끌어 가는 세상이 되고 있다.농업인구가 이제 8%(과거 80%)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쌀이 남아돈다. 농지를 많이 소유한 사람이 부유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식도 마찬가지다. 인터넷 시대에 지식은 쉽게 취득할 수 있다. 그러나 성공한 사람은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고정관념을 깨는 작업과 더불어 변화하는 추세를 읽고 실행하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선물이 부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사상가였던 한비자의 '죽어버린 불로장생편'을 소개한다. '식객들 가운데 불로장생법을 가르치는 사람이 있어 연(燕)나라 왕은 한 신하에게 그것을 배우게 했다. 그런데 그 신하가 다 배우기도 전에 그 식객은 죽고 말았다. 그러자 연왕은 노해서 신하를 죽였다. 식객이 자기를 속인 것에는 생각이 미치지 못하고, 죽기 전에 빨리 배우지 못한 것이 괘씸해서 신하를 사형에 처한 것이다. 이치에 맞지않는 것을 믿고 죄없는 신하를 죽인 것은 너무나 천박한 행동이다.'
80년대 일본, 90년대 미국이 우리의 '불로장생' 스승이었다. 80년대 자동차, 중화학, 소재업 등을 일본으로부터, 90년대 IT기술을 미국으로부터 배웠다. 그러나 89년 일본이 자산버블 붕괴를, 99년 미국이 IT버블 붕괴를 겪은 이후에는 사기꾼 불로장생 스승으로 그들을 폄하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나마 그때 습득한 제조업 산업기반으로 경쟁력을 배가해 우리 경제를 지탱하고 견인하고 있다. 지금도 그들에게 배워야 할 것이 많다.
그들 수준에 근접하게 다가간 것은 제조업에 불과하다. 제조업의 우리나라 실질 성장 기여율은 40% 수준이다. 따라서 한국의 성장 잠재력을 제조업에서만 찾는다면 한국은 반쪽으로 미래를 찾고 있는 셈이다.
자산건전성과 규모는 어느 정도 확보되었지만 금융기법은 여전히 낙후되어 있고, 수출할 서비스업은 별로 없다. 미국이 죽어버린 불로장생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배워야 할 부분이 있다. 그것은 금융을 포함한 서비스업이다. 금융을 포함한 서비스업의 실질 성장 기여율은 50%를 넘는다.
최근 정부가 서비스 부문을 적극 장려한다고 발표하였다. 레저 소매 과학 소프트웨어 미디어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를 통해 한국의 성장잠재력을 찾고 고용을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가는 길이 멀지만 주가의 선행성을 감안하면 한국을 이끌 서비스업에 관심을 두는 것은 의미 있을 일이다. 가야 할 방향이기 때문에 그렇다. 이것이 장기투자의 묘미다.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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