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년 김정태 주택은행장(현 국민은행장) 선임 이후 최대 쇼크다."황영기(52) 전 삼성증권 사장이 우리금융 회장으로 확정되자 금융권이 크게 술렁이고 있다. 국내 최대 재벌인 삼성의 핵심 인사이자 외국계은행 보험 투신 증권 등 금융권을 두루 거치며 탁월한 능력을 검증 받은 젊은 최고경영자(CEO)의 등장이 우리금융을 넘어 전체 금융권에 새 바람을 불어올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한누리증권은 "참신하고 개혁적 성향의 인물인데다 후보 가운데 가장 시장 친화적"이라며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가 대주주인 금융회사에 공모를 거쳐 삼성 출신의 젊은 민간 인사가 영입됐다는 점에서 향후 은행권 전반의 인사 구도에도 적잖은 파급이 예상된다. 67세의 윤병철 회장의 후임으로 황 회장 후보가 들어서면서 우리금융은 무려 15년이 젊어지게 됐다.
씨티은행의 본격적인 국내 상륙을 앞두고 무한 경쟁을 벌여야 할 국내 시중은행들에게는 상당한 자극제가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높은 기대 만큼이나 어깨에 놓인 짐도 무겁다. 성공적인 민영화라는 난제를 풀어가야 할 중책을 맡았고, 지주회사의 시너지 효과 극대화를 위해 은행 편중이 심한 우리금융의 비은행 부문을 적극 육성해야 하는 과제도 놓여 있다. 황 회장 후보도 인수·합병 등 제2금융권 공략에 강한 의지를 표명해 큰 변화가 예상된다. 향후 2금융권 매물에 대해 적극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서 조흥은행을 합병한 신한금융지주를 제치고 업계 2위 탈환을 노릴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이번 인선 과정에서 드러났듯이 삼성 출신 인사의 정부은행 장악이라는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시장의 신뢰를 얻는 것도 쉽지 않은 과제이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黃신임회장 "회장-은행장 겸임해야"
황영기 우리금융 회장 후보는 7일 기자회견을 갖고 사견임을 전제, "업무 효율성을 위해 회장과 은행장을 겸임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밝혔다.
―우리금융 회장으로서 역점을 둘 사항은.
"첫째는 신속하면서도 높은 가치로 정부 지분을 매각하는 성공적인 민영화이고, 둘째는 비은행 부문 위상 강화, 셋째는 은행과 비은행 부분의 시너지 창출이다."
―삼성에서의 탄탄한 입지를 포기하고 도박에 가까운 선택을 한 이유는.
"도박 보다는 도전이라고 생각한다. 씨티, 푸르덴셜 등의 본격 진출이 이뤄지는 금융 시장 격변기에 도전을 해보고 싶었다."
―삼성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시민단체의 반발이 있었다.
"삼성 출신이라서 특혜를 줄 것이라고 보는 것이 슬프다. 의사 결정에 정당한 절차가 있는 만큼 최고경영자가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지적은 견강부회다."
―지배구조는 어떻게 가져 갈 것인가.
"내정자 혼자 결정할 사항은 아니지만 개인적 의견은 겸임이 맞다고 생각한다. 우리금융 업무의 80%가 은행이다. 향후 비은행 업무를 키워나갈 자금도 은행에서 나와야 한다. 은행과 지주회사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
/이영태기자
● 황영기 누구
서울대 상대와 런던대 경제대학원을 거쳐 외국계 은행인 뱅커스트러스트(BTC)에 근무하다 삼성그룹에 스카우트된 뒤 삼성전자 상무, 삼성투신 사장, 삼성증권 사장으로 승승장구한 삼성내 대표적 금융통.
특히 세련된 매너와 전략적 사고, 유창한 영어실력으로 이건희 삼성 회장의 각별한 신임을 받았고, 정부 관료들과 국제 금융계에서도 실력을 인정하는 인물.
만능 스포츠맨인 그는 지난해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시속 120㎞의 빠른 볼을 스트라이크 존에 정확히 집어넣는 멋진 시구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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