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5일 노무현 대통령의 사과시한을 7일로 못박는 등 탄핵소추를 위한 걸음을 재촉했다. 난국 타개를 위한 선택이 대통령 탄핵 추진 외에는 없다는 게 민주당의 분위기다. 한나라당 지도부도 이에 호응해 탄핵 추진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내부 의견을 수렴해 나갈 방침이다.노 대통령 측이 야당의 사과요구에 응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외견상으로는 여야가 탄핵정국을 4·15 총선의 승패를 가를 최대고지로 보고 정면 충돌하는 양상이다.
하지만 가속 페달을 밟고 있는 민주당과 달리 한나라당의 시간표는 사뭇 다르다. 탄핵 결의가 예정돼 있던 이날 한나라당 의원 간담회에선 내부의 복잡한 계산들이 가감 없이 드러났다. 적극추진파와 신중파로 입장이 갈렸고, 신중파는 당이 탄핵을 서둘러서는 안될 수많은 이유들을 열거했다.
소장파 남경필 의원은 "탄핵발의는 나를 때려달라는 노 대통령의 선거전략에 말려드는 꼴"이라고 경계론을 폈다. 민주당과 공조하더라도 원내 제1당인 한나라당이 책임을 모두 뒤집어쓸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3·18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정국이 불거질 경우 흥행실패를 자초하게 될 것이라는 현실론도 제기됐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당론으로 밀고 가야한다"는 입장이 확고하지만 끝내 탄핵발의 시기를 못박지는 못했다.
반면 지지층이 열린우리당과 비슷한 민주당은 노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우리당을 지지하면 "총선은 하나마나"라는 절박한 위기의식에 휩싸여 있다. 여론의 역풍에 대해서도 지지율이 바닥인 상황에서 "더 이상 잃을 게 없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탄핵 정국은 오히려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계산도 하고 있다.
민주당은 5일엔 한층 비장한 분위기속에서 청와대를 압박했다. 조순형 대표는 특별기자회견까지 열어 "7일까지 노 대통령이 사죄 발표를 하지 않으면 탄핵에 들어가겠다"면서 "탄핵안이 의결되면 국무총리가 권한을 대행하도록 돼 있다"고 말해 '노 대통령 이후'의 비전까지 제시했다.
이런 가운데 양당이 공조하더라도 국회에서의 탄핵 의결을 낙관할 수 없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탄핵 의결에 재적의원(271명) 3분의 2(181명)이상이 필요한데, 이론상으론 한나라당(145명)과 민주당(62명)의 공조로 충분히 가능하지만 현실은 꼭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우선 구속수감된 의원 8명에다 한나라당 공천 탈락자와 양당내 반대 소장파 의원 등에서 이탈표가 나올 경우 의결이 불가능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의결에 실패할 경우 총선 패배를 자초할 결정적인 실책이 되지 않겠냐는 우려인 셈이다.
/이진동기자 jayd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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