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은 5일 불법 자금의 창당 과정 유입 파문이 터지자 즉각 '당사 퇴거' 카드를 꺼내 들어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 하지만 당사 이전 시기나 방식을 놓고 혼선이 빚어지고 불법자금 전달자인 김원기 고문측을 겨냥한 책임론이 제기되는 등 분위기는 온종일 뒤숭숭했다.우리당은 아침 일찍 당직자 전원회의를 소집하는 등 초비상이 걸렸다. 정동영 의장은 회의에서 "국민께 무릎 꿇고 사죄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천막을 쳐도 좋으니 당장 이삿짐을 싸라"는 주문도 이어졌다. 신기남 이부영 의원 등 지도부도 일제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국민께 빨리 용서를 구해야 한다"며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당사 임대보증금으로 사용된 불법자금 2억원을 국고로 넣기 위한 법원 공탁 절차도 뒤따랐다.
이 같은 발 빠른 대응은 이번 사건을 급히 수습하지 않을 경우 지금껏 내세워 온 '도덕·개혁정당'의 이미지가 단번에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됐다. "털 것은 빨리 털고 가야 총선에 미치는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거나 "창당자금에 대한 검찰수사라는 최악의 사태는 막아야 한다"는 전략적 판단도 엿보인다.
정 의장은 처음에는 8일까지 여의도 국민일보 빌딩의 '호화당사'를 떠나 영등포의 폐공장 지역으로 옮기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무진이 "물리적으로 힘들다"고 난색을 표하자 "조속한 시일 내에 적절한 장소로 이전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천정배 의원은 안희정씨에게서 롯데그룹 자금 2억원을 받아 당에 전달한 김원기 고문측을 겨냥, "책임질 사람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화살을 돌렸다. 다른 의원들도 "김 고문측이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고 힐난, 책임론 공방도 벌어질 조짐이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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