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담 스미스다카시마 젠야 지음·김동환 옮김
● 조셉 슘페터
이토 미쓰하루 등 지음·민성원 옮김
● 존 케인즈
이토 미쓰하루 지음·김경미 옮김
소화 발행·각 권 8,000원
"그들이 한 일은 빛나는 영예를 받은 정치가의 행위보다 역사의 과정에 있어 더 결정적이었고, 전선에서 활약하는 군대보다도 더 영향력을 가졌고, 좋은 일에 있어서나 나쁜 일에 있어서나 왕과 입법자들의 명령보다 더 큰 위력이 있었다. 그들이 한 일은 사람들의 사상을 형성하고 지배하는 것이었다." R. L. 헤일부르너가 '경제사상사' 서문에서 한 말이다. 그들은 위대한 경제학자들을 지칭한다. 헤일부르너는 그들을 '세속적인 철학자들(The Worldly Philosophers)'이라고 불렀다.
경제학 역사에서 우뚝 솟은 세 봉우리, 세상을 변화시킨 대표적인 세 사람― 아담 스미스, 존 케인즈, 조셉 슘페터 ―을 다룬 책 3권이 한꺼번에 번역돼 나왔다. 일본의 저명한 경제학자들이 이와나미문고에서 발간한 것들이다. 모두 복잡한 이론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이론이 나오게 된 시대적 배경과 현대적 의미 등을 간략하지만 밀도 있게 소개하고 있다. 초판은 스미스와 케인즈가 1960년대, 슘페터는 90년대 발간됐다. 하지만 슘페터의 대부분도 60년대 쓰여졌다. 그럼에도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느낌은 거의 받을 수 없다. 전문가들의 오랜 연구 결과가 녹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스미스에서 저자는,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현재 세계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일본만큼 스미스 연구가 활발하고 수준 높게 진행되고 있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라고 자신하고 있다.
돋보이는 부분은 자신들의 시각으로 이들 경제학자들을 보려는 노력이다. "일본의 근대사를 반성하는 입장에서 아담 스미스를 재고찰하는 것은 현대 일본에 절실히 요청되는 시대적 과제이기도 하다"면서 스미스의 '국부론'이 처음에는 '부국론'으로 번역됐다가 '국부론'을 거쳐 원제대로 '제(諸) 국민의 부'로 바뀌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일본이 서양 사상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활용했는지를 단편적으로나마 엿볼 수 있다. 또 저자는 스미스가 얼마나 잘못 이해되고 있는지를 지적하고 있다. "아담 하면 '국부론', 스미스 하면 자유방임주의가 자동으로 튀어나오는 OX식 교육방법은 정말 문제가 크다"고 한탄하고 있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마르크스가 세상을 떠난 1883년 케인즈와 슘페터가 태어났다. 하지만 두 사람이 가는 길은 달랐다. 케인즈는 적극적으로 현실에 참여한 반면 슘페터는 강단을 지켰다. 학문적으로 너무 조숙했던 슘페터는 '경기순환론'을 필생의 역작으로 생각했으나 이보다 조금 빨리 나온 케인즈의 '고용 이자 및 화폐의 일반 이론'에 묻혀버렸다. 그래서인지 슘페터는 케인즈에 적의를 품었으나, 케인즈는 슘페터에 대해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케인즈가 사망했을 때 한 학술지에 그에 대한 모든 것을 종합한 논문을 보낸 사람은 바로 슘페터였다. 두 거장의 '유효수요론'과 '창조적 파괴'는 이런 관계였을까.
책을 낸 소화 출판사는 일본인이 쓴 책들을 꾸준히 번역해 소개하고 있다. 100권에 이르는 '일본학 총서'와 '일본 현대문학 대표작선' 등이다. 일본을 알고 나서 비판하자는 것이다. 이번에 나온 경제서들은 일본 특유의 인물 평전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 적은 분량이지만, 일본이 서양 경제학을 어떻게 흡수했는지를 이해하는데 적지않은 도움이 된다.
/논설위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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