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 사람의 이미지를 각인하는 첫 단추이듯, TV 프로그램 제목도 그러하다. 외국 영화나 프로그램에 한글 제목을 붙일 때 원어를 그대로 번역한 경우도 있지만, 극의 내용이나 특징에 따라 시청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제목을 달기도 한다.1970년대 안방극장을 사로잡은 린제이 와그너 주연의 ‘소머즈’는 원제목이 ‘The Bionic Woman’이다. ‘Bionic’ 이라는 단어 자체가 생소했던 때였으니, 주인공 이름을 드라마 제목으로 내세우는 것이 시청자에게 훨씬 인상적이었을 것이다. 형제간의 사랑과 야망을 그린 ‘야망의 계절’도 원제목은 ‘Rich Man, Pour Man’이다. 상반된 인생을 살아가는 형제간의 삶을 통해 인생의 진정한 의미를 보여주었던 인기극이다.
영화채널 CNTV ‘제5전선’(토일 오후 4시)은 미국 ABC에서 방영되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첩보스릴러 시리즈이다. 국내에서도 70년대 많은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프로그램이고, 96년 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이 시리즈의 원래 제목은 영화의 그것처럼 ‘Mission Impossible’.
‘제5전선’이 된 것은 주인공이 5명이기 때문이라는데, ‘서부전선 이상 없다’처럼 긴장감을 불러오긴 하지만 드라마를 아무리 보아도 제5전선이 무슨 의미인지 알 수가 없다. 그래도 재미있다. 이번에 방송되는 것은 미국에서 88년부터 90년까지 방송되었던 시리즈2로 당시로선 보기 힘들었던 최첨단 첩보장비와 치밀한 각본이 흥미를 더해준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의 ‘명견본색’(토 오후 3시30분, 밤 10시)은 다분히 주윤발의 ‘영웅본색’을 염두에 둔 제목이다. 원제목은 ‘Dogs with jobs’. 군용견, 폭탄 수색견, 경주견, 안내견, 소방견, 수색구조견, 썰매견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개들을 집중 소개하는 프로그램. ‘직업견’이라든지 ‘직업을 가진 개들’이라는 제목을 달았다면 얼마나 재미없었을까.
동아TV 새 시트콤 ‘내사랑 알렉스’(금 오후 3시40분, 일 오후 4시40분)의 원제는 ‘I’m with her’다. ‘난 그녀와 함께 있다’ 정도가 될까. 평범한 남자가 유명 여배우와 연인이 되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담은 로맨틱 코미디다. 단순하고 직접적인 제목이 프로그램 내용을 한 눈에 쏙 들어오게 한다. 특히 작가인 크리스 헨치가 한 시대를 풍미했던 영화배우 부룩 실즈의 남편이란 점에서 더 마음이 끌린다.
반면 원어 그대로 한글로 옮겨놓아 무슨 뜻인지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것도 있다. 무협영화채널 ABO의 ‘천자심룡’(금 오후 7시10분). 당 고종 때 어지러운 세상을 평정하기 위해 옥황상제가 내려보낸 여신 벽요의 이야기를 그린 시리즈다. 벽요는 혼란의 근원인 용주(龍珠)를 없애려고 하는데, 그래서 제목이 ‘天子尋龍’인가 보다. 한자로 보면 쉬운데, 덜렁 한글로 되어 있으니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LA 장의사 피셔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캐치온의 블랙코미디 ‘식스핏언더’(토 오전 11시). ‘Six feet under’. 6피트 밑이 도대체 어쨌다고? 이는 관을 묻을 때 땅에서 6피트 아래에 묻는다는 것으로 죽은 자를 상징한다고 한다. 그러나 문화적 배경이 없다면 이 또한 이해하기 어려운 제목이다.
/공희정 스카이라이프 홍보팀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