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호감'(Mr.Likable). 미 민주당 후보 경선에서 선전한 존 에드워즈 상원의원에게 뉴욕 타임스가 붙여준 별명이다.깔끔한 외모와 정연한 말솜씨, 대안을 제시한 공약으로 미 유권자들로부터 가장 호감이 가는 후보로 꼽혔던 에드워즈 상원이 '미스터 당선 가능성'(Mr.Electable) 존 케리 상원의원에게 대권 도전의 꿈을 물려주고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노스 캐롤라이나 주 롤리로 돌아갔다.
그는 3일 후보 사퇴를 공식 선언하면서도 밝게 웃었다. 8년 전 교통 사고로 숨진 아들이 다녔던 브로우턴 고교 강당에 서서 에드워즈 의원은 "평생 이 나라가 내게 미소를 보냈는데 오늘은 내가 미소로 답할 차례"라고 말했다.
그가 그토록 꺾고자 했던 케리 의원에 대한 축복도 잊지 않았다. 에드워즈는 "힘과 용기를 가진 내 친구 케리가 보다 더 많은 일자리, 보다 좋은 건강보험, 보다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 보다 안전한 세상을 위해 싸워서 이길 것"이라며 케리 의원에 대한 지원을 다짐했다.
엄밀하게 말해 에드워즈의 사퇴는 더 이상 승산 없는 싸움을 지속할 수 없는 상황을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유권자들은 이날 그를 패자로 부르지 않았다. 그들은 오히려 퇴장의 무대에서 승자처럼 웃는 에드워즈를 보면서 박수를 보냈다. 그가 경선 기간 중에 보여준 당당하고 깨끗한 모습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상대방에 대한 공격을 자제했다. 대신 건강보험, 실업, 사회보장 문제 등에서 신선한 정책을 제시하고 미래의 비전을 얘기했다. 남부 섬유공장 노동자의 아들임을 자랑스러워 했지만 동부 엘리트 출신들을 비난하지는 않았다.
이런 포지티브 선거전략은 유권자에게 일천한 정치경력을 지닌 그를 주목하도록 한 밑거름이 됐지만 동시에 스스로의 발목을 채우는 한계이기도 했다. 하워드 딘 전 버몬트 주지사가 사퇴하면서 보다 강력한 도전을 위해 케리 의원에 대한 공격의 칼날을 세우라는 주문이 이어졌지만 그는 끝내 경쟁자를 향해 비난의 총알을 난사하지는 않았다. 4·15 총선 출마를 위해 경선을 치르고 있는 우리의 정치인들에게 에드워즈가 남긴 아름다운 퇴장의 의미를 전하고 싶다.
김승일 워싱턴특파원 ksi8101@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