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BBC 방송의 최장수 해외특파원 앨리스테어 쿠크(95·사진)가 5일 미국생활에 관한 자신의 15분짜리 화제성 에세이를 끝으로 방송생활을 마감한다.1934년 영화비평가로 BBC에 입사한 그는 12년 뒤인 46년 3월부터 미국의 시사문제와 역사 등을 다루는 '미국에서 온 편지'를 맡았다. 그는 이 프로그램에서만 58년 동안 2,869회에 걸쳐 방송을 하는 기록을 세웠다.
원래 제목이 '미국의 편지'였던 이 프로는 당초 13주, 길어야 26주 방송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런던의 BBC 수뇌부는 프로그램을 종영하는 것을 잊어버리게 됐을 정도로 그의 진행 솜씨는 탁월했다.
장수 프로그램인 만큼 등장한 사건도 다양하다. 68년 로버트 케네디의 암살에서부터 9·11일 테러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BBC 월드서비스를 통해 세계 전역에 송출됐다.
쿠크는 여러 다른 TV 프로에도 적극 참여했다. 그중 'BBC의 앨리스테어 쿠크의 아메리카'는 가장 널리 사랑을 받았다.
그의 첫 TV 문화 프로였던 '옴니버스'는 50년대 미국 TV 시장의 판도를 바꿨다. 이 프로의 테이프는 미국내 모든 공립도서관에 비치됐고, '아메리카'라는 제목으로 완결되기까지 여러 권의 책들이 나와 200만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뉴욕 아파트의 장서가 빼곡한 서재에서 마이크를 잡아 온 쿠크는 1908년 영국 북서부 솔포드에서 태어나 하버드와 예일대에서 수학하고 41년 미국시민이 됐다. 73년 명예기사작위를 받은 그는 74년 미국 의회 200주년 기념식 연설을 하기도 했다.
두번째 아내 제인 화이트와 뉴욕에서 살고 있는 그는 심장질환과 관절염 등 지병과 의사의 만류로 최근 은퇴를 결정했다.
"더 이상 '미국에서 온 편지'를 계속할 수 없게 됐습니다. 58년에 걸쳐 이런 이야기들을 나눠온 것이 너무 즐거웠습니다. 그 중 일부나마 청취자들에게 전달됐기를 바랍니다. 그동안 꾸준히 방송을 들어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그가 5일 방송될 고별방송에서 시청자들에게 드리는 마지막 인사말이다.
BBC 사장 대행이자 전 월드서비스 이사였던 마크 바이포드는 "쿠크는 가장 위대한 방송인으로 통찰력과 지혜가 충만했다"며 "영국과 전세계 수백만 청취자에게 대단한 기쁨을 선사해 왔다"고 말했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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