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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중국서 원자재 싹쓸이로 "폐지도 돈 된다" 日, 종이쓰레기 도둑과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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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중국서 원자재 싹쓸이로 "폐지도 돈 된다" 日, 종이쓰레기 도둑과의 전쟁

입력
2004.03.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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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신문 잡지 포장용 박스 등 종이쓰레기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전 세계의 원자재 대란을 일으키고 있는 중국이 일본에서 이런 재활용 종이까지 대량으로 수입해 가면서 갑자기 쓰레기가 돈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쓰레기 소유권 선언

도쿄(東京)의 오타(大田), 고토(江東), 스기나미(杉)구와 사이타마(埼玉)현 시키(志木)시 등 일본의 지방자치단체들은 지난해 말부터 재활용 쓰레기의 소유권이 지자체와 주민 전체에게 있음을 선언하고 지정 회수업자가 아닌 사람이 가져가는 것을 금지하는 조례를 제정하고 있다. 아파트 단지의 쓰레기 집적소 등에서 종이쓰레기만 골라서 집어가는 고물상들을 막기 위한 것이다.

도쿄도 세타가야(世田谷)구는 재활용 쓰레기를 무단으로 가져가는 사람에게 20만엔 이하의 벌금을 물리도록 한 조례도 만들었다. 그러나 트럭을 동원해 밤 늦게나 새벽에 곳곳을 돌아다니며 종이쓰레기를 집어가는 고물상들을 실제로 막아내기는 어렵다.

쓰레기 분리수거가 일찌감치 정착한 일본에서는 신문지 잡지 포장용 박스 기타 종이를 따로따로 잘 묶어서 내놓기 때문에 집어가기도 좋게 돼있다.

이 때문에 스기나미구는 재활용 쓰레기를 무단으로 집어가는 업자들을 감시하기 위한 순찰대까지 발족했다.

하지만 "쓰레기에 과연 소유권이 있나"하는 법적인 논쟁도 벌어지고 있다.

이 논쟁을 본격화시킨 사건이 지난달 사이타마현 소카(草加)시에서 발생했다.

주택가에서 종이쓰레기를 집어간 고물상(60)이 그 속에 1만엔 권 2,800매가 들어있는 것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주인이 나타나지 않아 고물상이 횡재를 하게 생긴 판에 시가 "허가 없이 쓰레기를 가져갔기 때문에 절도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나섰다.

고물상은 결국 "돈의 소유권을 포기한다"는 확인서를 경찰서에 제출했지만, 시에는 "거액을 주워 선의로 신고한 사람을 고발하겠다는 것은 잘못됐다"는 비난 전화와 이메일이 쏟아졌다.

시측은 "주운 돈이 탐나서가 아니라 자원인 재활용 쓰레기의 절취가 명백히 드러난 사례라 고발을 검토했다"며 "무단으로 종이쓰레기를 가져가는 바람에 발생하는 연간 손실액은 3,000만엔을 넘는다"고 해명했다. 재활용 쓰레기를 판 돈으로 쓰레기 회수비용의 일부를 충당하는 지자체들은 무단절취는 분명한 범죄행위라는 논리다. 이에 대해 고물상들은 "전에는 거저 치워주어서 고맙다는 말을 들었다"면서 "이제 와서 돈이 좀 된다니까 딴 소리를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스기나미구가 38차례 종이쓰레기를 가져가다 적발된 고물상을 경찰에 신고한 사례도 있지만, 경찰은 가벌성이 있는지 판단을 내리지 못한 채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

뭐든지 빨아들이는 중국

2002년 초만 해도 1㎏당 9엔 정도 하던 일본의 폐신문지 값이 2003년 초부터 13엔 대로 올랐다. 폐잡지도 5엔 대에서 8∼9엔 대, 포장용 박스도 6엔 대에서 9∼10엔 대로 값이 뛰었다. 해마다 엄청난 경제성장을 하고 있는 중국에서 포장용 종이 등의 수요가 폭발해 일본의 종이쓰레기를 대량으로 수입해가기 때문이다.

재활용 쓰레기 수거가 아직 제대로 되지 않는 중국으로서는 일본에서 수입하는 편이 훨씬 싸다. 일본의 종이쓰레기 수출규모에서 대 중국분은 1997년 8%대에서 2000년 16%, 2001년 40%, 2002년 50%로 해마다 늘어 2002년 680만톤에서 2003년에는 800만톤에 달했다.

이 시기에 일본은 장기불황으로 종이수요가 줄었기 때문에 판로가 더욱 중국으로 굳어졌다.

"일본의 공장을 다 빨아들인 산업공동화의 원흉"이란 비난을 들어온 중국이 일본의 종이쓰레기까지 빨아들이고 있는 셈이다.

일본의 고물상들은 "향후 10년은 중국에서 얼마든지 종이쓰레기를 사들일 것이기 때문에 값이 더 올라갈 것이 분명하다"고 내다보고 있다.

중국특수가 일본의 불황 탈출에 효자노릇을 하고 있는 현상이 종이쓰레기 쟁탈전에 상징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일본 기업들은 그러나 당장은 대 중국 수출의 호조로 수익이 늘고 있지만 중국이 진공청소기처럼 원자재를 빨아들여 국제가격이 급등하고 있기 때문에 비용부담도 커진다고 우려한다.

일본 철강업계는 석탄과 철광석 가격 급등으로 업계 전체에 연간 6,000억엔 이상의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일본 기업들은 중국 진출과 중국 공장에 대한 설비투자를 늘리면서도 중국 경제가 버블화해 갑자기 특수가 가라앉을 만일의 경우에 대한 분석에도 여념이 없다.

/도쿄=신윤석특파원 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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