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으로 앞선 1회초 무사 1, 2루 첫 타석 볼카운트 2―3. 한신 선발 좌안 마에카와 가쓰히코(26)는 이승엽(롯데 마린즈)의 약점을 철저히 이용한 몸쪽 변화구(시속 121㎞) 유인구로 마지막 승부수(8구째)를 던졌다.하지만 마에카와의 약은 꾀를 간파한 이승엽의 방망이가 "딱!", 경쾌한 소리와 함께 돌아갔고 쭉 뻗은 공은 우익수 뒤쪽으로 떨어져 땅에 튄 후 담장에 맞았다.
일본에서 처음으로 터뜨린 호쾌한 2타점 2루타였다. 타점은 이번이 처음이고 안타는 다이에전에 이어 두 번째.
4일 일본 마쓰야마에서 열린 2004일본프로야구 시범경기 한신 타이거즈전 원정경기에서 4번 타자 겸 지명타자로 나선 이승엽은 첫 타석부터 호쾌한 2타점 장타를 날려 '재팬드림'에 한 발짝 다가섰다. 이날 이승엽에게 안타를 맞은 한신 투수 마에카와는 경기 전날 "이승엽이 누군지 모른다"며 거만을 떨었다. 무시를 당한 이승엽은 마치 "내가 이승엽"이라고 시위라도 하듯 방망이를 매섭게 휘둘렀다. 마에카와는 날아가는 공을 어이없이 바라보다 고개를 떨궜다.
이승엽은 마에카와의 2구 헛스윙, 3구 스트라이크 등 볼카운트 2―1까지 몰렸으나 볼 2개를 골라 풀카운트로 만들고 파울타구 2개를 치는 등 끈질긴 집중력을 발휘했다.
3회 첫 타자로 나선 이승엽은 또다시 가운데로 쭉 뻗는 장타를 날렸지만 공이 아쉽게도 중견수 글러브에 들어가는 바람에 타석에서 물러났다. 이승엽은 6회 이마에와 교체될 때까지 2타수 1안타 2타점을 기록했다. 주전 1루 경쟁을 벌이고 있는 후쿠우라 가즈야는 3타수 무안타 1타점을 기록해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로써 3경기에 출장한 이승엽은 8타수2안타 2타점을 기록하며 타율을 1할6푼5리에서 2할5푼으로 끌어올렸다. 이승엽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롯데 마린즈는 마운드 난조 때문에 지난해 센트럴리그 우승팀 한신에 3―8로 역전패했다.
이승엽은 5일 고베 야후-BB 스타디움에서 구대성(35)의 오릭스블루웨이브와 4번째 시범경기를 벌인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감 잡았어."
'아시아 홈런킹' 이승엽이 흐트러진 타격 폼을 정비했다. 홈런타자를 위한 특별 웨이트트레이닝 프로그램 덕분이다. 29일 다이에전 후 맞은 3일 동안의 공백이 이승엽에게 '휴식'이 아니라 '정비' 기간이었다는 사실을 이승엽은 4일 첫 2루타로 말해줬다.
이승엽은 두 번의 시범경기에서 6타수 1안타란 부끄러운 성적을 냈다. 본인 스스로 "상대 투수의 페이스에 말려 공을 쫓기만 했다"며 처절한 자기고백을 할 정도였다. 스프링캠프에서 절정의 5할 타격을 선보였던 이승엽에게 삼진 5할(6타수 삼진 3개)은 치욕이었다.
하지만 원인은 의외로 간단했다. 타격할 때 왼쪽 어깨가 밑으로 처지고 상체가 앞으로 쏠리는데다 중심축인 왼쪽다리까지 무너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스윙 때는 팔이 몸에 붙어서 나오지 않았다. 롭슨 타격코치는 "치고자 하는 욕심이 앞서 서두르다 보니 타이밍이 안 맞았다"고 지적했다.
이승엽은 바로 교정에 들어갔다. 한신전을 앞둔 3일 이승엽은 정규훈련을 마친 뒤 복근과 하체를 동시에 강화하고 몸의 균형을 잡으면서 상체와 하체를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등 7, 8개의 웨이트트레이닝을 소화했다. 40분 정도 땀을 흘린 이승엽이 "바로 이거야!"하며 탄성을 질렀다. "왼쪽 다리에 중심이 실리는 게 해답을 찾은 느낌"이라는 이승엽의 말은 4일 시원한 2루타로 입증됐다.
특히 이날 2루타는 지난해 센트럴리그 우승팀인 '투수강호' 한신, 그것도 이승엽의 약점이던 좌완투수에게 얻은 것이어서 더욱 값지다. 1997년 프로에 데뷔한 상대 마에카와는 2001년 긴테스에서 12승9패로 주전을 맡는 등 통산 30승36패(방어율 5.25)를 기록했다.
/고찬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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