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Weekzine Free/건강식 오리 살리기-배나무골 장현성 이경희씨 부부 오리이야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Weekzine Free/건강식 오리 살리기-배나무골 장현성 이경희씨 부부 오리이야기

입력
2004.03.05 00:00
0 0

"닭은 기사회생(起死回生)했는데 오리는 아직도 오리무중(五里霧中)이에요.""닭고기와 오리고기는 비슷한 것 같지만 특성이 달라요. 닭고기가 대중적인 메뉴라면 오리고기는 건강식에 가깝지요. 닭고기 먹기 캠페인은 벌어져도 오리에 대한 얘기는 거의 없어 답답해요."오리고기를 누구나 즐겨 먹을 수 있는 요리로 대중화시킨 대표적인 오리요리전문점 배나무골 오리집의 장현성(53) 이경희(44)씨 부부가 입을 열었다. 지난 연말부터 빈사 상태에 허덕이고 있는 오리고기를 다시 띄우기 위해서다.

외식업체 (주)이목원을 운영하는 장씨는 오리에 관한 한 백과사전를 자부한다. 아내 이경희씨도 배나무골의 식품개발실 원장으로 각종 오리 관련 메뉴를 개발하고 있다. 오리고기는 어떻게 먹는게 맛있는지, 먹으면 뭐가 좋은지, 왜 먹어야 하는지 등 알아 두면 좋고, 먹으면 즐거운 오리 이야기에 빠져 들어가 보자.

"요즘 사람들이 오리 요리를 찾지 않아 마음고생이 심하셨겠어요." 이 한마디에 장씨는 열변을 토하기 시작한다.

"닭과 오리는 특성이 다릅니다. 닭은 조리가 간편하고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메뉴에요. 시골에서 닭 몇 마리는 키우지않는 집은 없잖아요? 반면 오리는 사육 기간이 오래 걸리는데다 주로 건강식으로 인식돼왔죠. 그래서 못살던 시절 시골에서 닭서리는 있어도 오리 서리란 말은 없었답니다."

아내 이씨가 거든다. "15년 전 저희 부부가 처음 오리전문 음식점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힘들었어요. 당시 오리고기를 누가 먹어주질 않았으니까…. 그래서 오리 요리 연구와 홍보에 헌신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이제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그 때 이후 이렇게 힘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에요."

예로부터 '닭잡아 먹고 오리발 내민다'는 말이 있다. 식품으로서 닭보다 인기가 떨어진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말인데 이처럼 오리 하면 어쩌다 건강을 생각해 먹는 메뉴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러나 오리고기는 현대인들이 먹어야 할 진짜 건강식 중 하나다.

"시대적으로 중금속이다 산업공해다 모든 것이 산성화되어가고 있잖아요. 비 마저 산성비가 내리고 사람 몸도 예외가 아니에요. 그런데 오리고기는 육류로는 특이하게 알칼리성 식품이지요. 몸의 산성화를 막아준답니다." 장씨는 그것 때문만은 아니라고 말을 잇는다.

"채식 위주였던 옛날에 거의 없었던 비만, 고혈압이나 심장병 등 현대병은 과다한 고기와 지방 섭취가 한 원인입니다. 육류가 흔해지면서 사람들이 고기를 많이 먹다 보니 몸 안에 기름기가 쌓이는 거지요. 그런데 오리 기름은 불포화지방산이어서 다른 육류처럼 지방이 몸 안에 축적되지 않습니다."

장씨의 계속되는 설명. "포화지방은 몸 안에 축적되면 쉽게 소멸이 안됩니다. 격렬한 운동을 통해 빼낼 수 있는데 현대인은 운동량이 적다 보니 이 마저 쉽지 않은 거죠. 그런데 몸 안에 있는 포화지방을 녹여내는데 도움을 주는 것이 불포화지방산이에요. 물이 기름을 녹일 수는 없지만 기름이 기름을 녹일 수 있다는 것이죠."

오리고기 하면 중국이 유명하다.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맛봤다는 베이징 오리구이는 세계 3대 요리중의 하나로 꼽힌다.

측천무후와 함께 남자 못지않은 권세를 누린 중국의 2대 여제 중 한 명인 서태후의 밥상에는 오리 껍질 요리가 빠진 적이 없었다고 전해진다. 오리 껍질에는 피부노화방지 물질이 들어 있어 서태후는 젊음과 아름다움을 유지하려고 미용식품으로 먹은 것이다.

"우리 부부는 그래서 중국 출장을 수 없이 다녔어요. 중국의 오리 요리비법을 배워볼 욕심에서죠. 중국인 요리사에게 1년치 봉급을 주고 단 한 번 요리 과정을 보여달라고 한 적도 있어요. 신기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잘 모르겠던걸요." 부부는 오리 요리를 배우기 위해 전세계 유명하다는 곳이면 어김없이 찾아 다녔다. 해외 출장만 수백차례나 될 정도. 부인 이씨의 목소리에는 어느새 오리 요리에 대한 열정이 묻어난다.

"또 하나 오리는 몸 안의 독소를 해독시켜주는 성질이 있어요. 중금속이나 농약 등 몸에 쌓이는 유해독을 풀어 줍니다. 오리 자체도 독한 유황을 먹어도 중화시켜 버리는 엄청난 해독력을 갖고 있죠. 현대인에게 꼭 필요한 음식입니다." 장씨의 오리 자랑에는 끝이 없다.

"개발한 메뉴 마다 사연이 담겨 있어요. 그만큼 열심히 애쓰며 개발한 때문이지요." 메뉴 개발을 책임진 이씨는 "메뉴 하나 하나가 자식 같다"고 얘기한다. 열정적으로 얘기를 하다 보니 어느 새 장씨의 목소리가 잠겨 버렸다. 보다 못한 부인이 한 마디 한다. "오리 살리려다가 당신이 죽겠어요. 이제 그만하세요."

/글 사진 박원식기자 parky@hk.co.kr

유황오리

장안의 화제인 드라마 '대장금'에서 임금이 유황오리를 먹는 장면이 나온다. 궁금증은 어떻게 유해독소인 유황을 먹은 오리를 먹을 수 있냐는 것이다. 유황은 맹독성 광석물질이며 일정량 이상 섭취하면 사람이든 동물이든 살아남을 방법이 없다.

그런데 한방에서 유황은 독성만 제거되면 최고의 영약이 된다. 그래서 생겨난 것이 오리에게 유황을 먹여 독성을 제거하고 약성을 높이는 방법이다. 오리는 유황이나 다른 독소가 몸에 들어 오면 간에서 필사적으로 해독물질을 생성시키고 독성에 강한 체질로 변해간다. 해독능력이 탁월한 오리의 체내에서 유황의 독성을 제거하는 대신 사람이 먹으면 기운을 높여주며 약효를 얻는다는 원리다.

■맛있는 집

임상옥 해초유황오리진흙구이/ 서초점 (02)597-0767 서울대입구점 (02)885-9252 놀부란 상호로 유명한 오리구이전문점이었는데 최근 간판을 새로 달았다. 3∼4인용 유황오리진흙구이 4만5,000원. 통오리훈제바비큐 3만5,000원.

배나무골오리집 /잠실본점 (02)415-9501∼2 양재점 (02)571-5252 등 전국 30개 지점 www.baenamugol.co.kr 오리신약탕, 오리껍질 요리인 서울덕, 오리떡갈비 등 메뉴만 20여 가지. 다양한 오리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안압지 (031)388-8852 경기 안양시 토기 속에 오리를 넣고 화덕에서 구워내는 황토오리구이를 맛볼 수 있는 곳.

원뎅이골 (02)3491-5096 서울 방학동 숯불에 구운 오리를 먹고 나면 보너스로 오리탕도 준다. 오리숯불구이와 오리탕이 2만9,000원.

산상찰흙오리통구이 (031)709-5292 분당 신도시 찰흙오리구이가 대표 메뉴, 4만3,000원. 유황양념오리구이는 3만8,000원.

잣나무집 (031)527-6016 경기 의정부시 온돌방에서 먹는 오리백숙과 오리탕이 인기 메뉴. 각각 3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