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열린우리당 지지 발언이 선거법 위반이라는 중앙선관위의 결정은 존중돼야 한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현행 선거법이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말로 선관위 결정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으나 이는 터무니없다. 선관위는 엄연히 독립적인 헌법기관이다. 대통령이 법의 문제에 대한 헌법기관의 독립적 판단을 가볍게 여기려 한다면 법과 국기에 위기가 온다. 노 대통령은 같은 위법을 되풀이해선 안 된다.청와대는 대통령이 선출 정무직이고 궁극적으로 정치인이기 때문에 정치적 의사표시를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일견 맞는 듯 하지만 선거법에 관한 한 궤변일 뿐이다. 대통령은 정치인이기 이전에 행정부 수반이며 최고위직일 뿐 공무원 신분이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강제한 법 규정에 왜 대통령이 예외가 돼야 하는지에 대해 구구한 설명은 필요없다. 이는 상식이고, 법리다.
더구나 노 대통령은 법적으로 무당적이다. 입당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실상 열린우리당 신분인 것처럼 처신하는 것은 어물쩡 돌아가는 세상사에서는 모를까, 대통령의 위법 여부를 따져야 할 상황에서는 중요한 문제다. 노 대통령은 자신의 낮은 지지율과 주변의 비리의혹이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입당시기를 저울질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당적보유를 유보하려면 적어도 그동안에는 언행도 그에 걸맞아야 한다. 무당적의 이득에 정치발언의 효과도 노리는 타산이 아닌가.
청와대는 현 선거법이 통반장을 동원하던 관권선거 시대의 유물이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공직풍토에서 대통령이 특정정당 지지를 공개하는 이상의 관권선거가 또 있겠는가. 대통령이 법을 어기고도 떳떳하다고 주장한다면 이는 중대한 초법이다. 야당의 탄핵제기가 무게를 얻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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