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인구 노령화 속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빠르다고 한다. 인구 노령화는 경제·사회적으로 다양한 파급 효과를 가져오지만 무엇보다도 노인 소득 보장 문제가 시급한 정책과제라고 할 수 있다.우리나라의 노후 소득 보장 제도는 국민연금제도 등 공적 연금 제도가 도입돼 있지만 급여 수준이 충분하지 못하여 추가적인 별도의 준비가 필요한 실정이었다. 선진국에서는 이러한 필요성에 대비하여 이미 오래 전부터 퇴직연금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우리는 일시금 형태의 법정 퇴직금 제도가 있을 뿐이었다.
퇴직금 제도는 근로자가 1년 이상 근무하고 퇴직 시에 1년에 30일분의 평균임금을 사업주가 지급하도록 되어 있는 법정 제도이다. 그 동안 퇴직금은 근로자가 퇴직한 기간에 일시적으로 소득을 보장해 주고, 해고수당을 보완하며, 정년퇴직 시에는 목돈을 마련할 수 있게 해 주는 등 여러 가지 기능을 해 왔다.
그러나 퇴직금은 고용보험 및 국민연금 도입, 1998년 금융 위기 이후 퇴직금 지급 보장의 어려움과 저금리 추세 등으로 문제점이 노출되어 왔다. 이러한 퇴직금의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 퇴직연금이다.
퇴직금을 퇴직연금으로 전환하는 퇴직연금 제도는 사용자인 기업 입장에서는 경영 합리화 및 우수 인재 확보 차원에서, 근로자 입장에서는 퇴직금 채무 확보 및 노후 소득 보장 차원에서 반드시 필요한 제도이다. 이러한 경제·사회적 요구에 부응하여 노동부는 올해 안으로 퇴직연금 제도를 성안하여 입법화할 계획이다. 사실 법안은 지난해에 이미 거의 만들어진 상태이고, 최종 합의를 위한 노사 간 줄다리기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퇴직연금제 도입은 고령화 시대에 노후 소득 보장의 초석이 될 뿐만 아니라 기업 내 유보자금이 금융시장에 유입되면서 금융시장에도 지각 변동을 가져올 동력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의 연구에 의하면 우리나라 퇴직연금 시장 규모는 2005년경에는 30조원, 2010년경에는 67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렇게 경제·사회적 파급 효과가 지대할 것으로 예상되는 퇴직연금이 제 기능을 하려면 무엇보다도 가능한 한 빨리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노사는 사소한 문제를 가지고 논박하기보다는 미래지향적으로 대승적 합의를 도출하여야 할 것이다. 둘째, 퇴직연금제는 국민연금제도와 연계 속에서 도입하고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노후 소득 보장을 위한 국가, 기업, 개인의 효율적인 역할 분담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셋째, 실질적 연금수급권이 확보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직장이 바뀌어도 연금수급권이 확보될 수 있는 연결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넷째, 퇴직연금과 관련한 세제를 정비하고, 수급권 보장을 위해 정부의 감독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퇴직연금 전문가를 양성하는 일이 시급하다. 퇴직연금은 국민연금과 달리 기업별로, 수탁기관인 금융기관별로 수많은 다양한 시스템을 설계할 수가 있다. 그만큼 전문가가 많이 필요하다는 말이 된다.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인구 고령화에 현명하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미래를 바라보는 냉철한 시각과 단호한 정책 결단, 그리고 과감한 실천이 필요하다. 한국 실정에 맞는 퇴직연금제 도입은 바로 그러한 실천 작업 중 하나일 것이다.
김 용 하 한국사회보험 연구소장/순천향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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