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이란 정벌이다.'만리장성을 넘어선 한국 올림픽축구대표팀이 17일 테헤란에서 이란과 아테네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두 번째 경기를 갖는다. 중동의 강호 이란과의 경기는 올림픽 본선행을 결정짓는 최대 분수령으로 꼽힌다.
한국이 중국을 1―0으로 물리친 3일 이란도 말레이시아 원정 경기에서 4―1 대승을 거뒀다. 이로써 이란은 A조 1위에 올랐고, 한국은 골 득실에서 뒤져 2위에 머물렀다. 한 장밖에 없는 올림픽 티켓을 따내려면 무조건 이란을 꺾는 것 외에 방법이 없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란은 국제축구연맹(FIFA)도 A조 최강 팀으로 지목할 만큼 만만치 않은 전력을 갖고 있다. 이란 올림픽팀에는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준결승에서 한국을 승부차기(5―3)로 꺾고 결승에 올라 아시안게임 2연패를 이룬 멤버들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유럽 스타일의 3―5―2 포메이션을 구사하는 이란은 공수 전환이 빠르고 미드필더를 이용한 측면 돌파가 돋보이는 팀이다. 특히 3일 말레이시아전에서 2골을 뽑아낸 수비형 미드필더 모발리는 이란 공격의 시발점으로, 넓은 시야와 빠른 패싱력을 갖춰 요주의 대상이다. 185㎝가 넘는 장신들로 짜여진 스리백 수비라인은 몸싸움에 능하고 제공권이 좋다. 하지만 빠른 패스와 개인기를 이용한 돌파에는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을 듣는다.
따라서 한국은 중국전과는 달리 좌우측면을 활발하게 뚫어 상대 수비진을 교란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공이 중앙으로만 몰려 측면 공격이 살아나지 않거나, 미드필더들과 최전방 공격수 사이의 유기적인 플레이가 이뤄지지 않아 상대수비의 강한 압박을 허용한 중국전의 문제점을 뜯어고쳐야 한다는 것.
전문가들은 "장신의 수비벽을 따돌리기 위해서는 빠른 측면 돌파에 이은 낮은 크로스와 함께 문전에서 세밀하고 정교한 패스로 득점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에 따라 한국의 김호곤 감독은 박지성(아인트호벤)에 이어 스페인 프로축구에서 뛰는 이천수(레알 소시에다드)를 긴급 차출, 스피드가 뛰어난 최성국과 함께 양 날개로 투입해 좌우 측면 공격력을 한층 끌어올릴 예정이다. 한국 올림픽팀은 결전의 장소인 테헤란이 고지인 점을 감안, 7일부터 고지대인 중국 쿤밍으로 특별 전지훈련을 떠나 현지 적응력을 키운 뒤 14일 현지에 입성한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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