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경기 파주시 적성면 임진강 두지나루 선착장. 산뜻하게 단장한 황포돛배가 일렁이는 물결에 몸을 맡긴 채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50여년만의 항해여서일까. 흔들리는 배 한켠에 설레임이 배어난다. 한국전쟁 이후 모습을 감췄던 황포돛배가 다시 운항에 나섰다.지난해 5월 원형복원 성공
황포돛배는 다리가 없던 시절 소금과 새우젓 그리고 목재들을 싣고 가까이는 마포부터 멀리 충북 단양, 제천 앞까지 오가던 조선의 명물.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서 한강 곳곳에 물을 막는 댐이 들어서 뱃길을 막았고 넉넉하고 유유자적한 그 모습은 아스라이 사라졌다.
그로부터 반세기가 훨씬 더 지난 지난해 5월. 민간관광업체인 (주)DMZ관광이 '월드컵성공기원 황포돛배'를 제작했던 손낙기(73)옹에게 의뢰해 5개월의 작업을 거쳐 황포돛배를 원형에 가깝게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 1억3,000여 만원이 투입된 이 배는 길이 15m, 폭 3.69m, 무게 6.7톤으로 최대 47명이 탈 수 있다. 돛배를 처음 접한 관광객들은 들뜬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상암월드컵경기장이 황포돛대를 닮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다"는 양은정(31·여·경기 파주시 금촌)씨는 "이런 배에 물건을 싣고 다녔다니 신기할 뿐"이라며 즐거워했다.
베일 벗은 절경에 잇딴 탄성
잠시 후 황포돛배는 '마수걸이' 관광객을 가득 태운 채 임진강 물살을 가르기 시작했다. 반세기 동안 침묵했던 '분단의 강' 임진강은 떠난 줄만 알았던 '벗'의 귀환을 환영하듯 거센 바람으로 화답했다. 임진강은 그 동안 인근 어민들에게 일부 개방됐을 뿐 일반인들의 출입은 철저히 통제했던 곳. 베일에 쌓여있었던 만큼 관광객들이 느끼는 신비로움은 더했다. 특히 60만년 전 형성됐다는 10m높이의 임진적벽(赤壁)이 눈에 들어오자 승객들은 작은 탄성을 쏟아냈다. 임권상(53)씨는 "임진8경의 하나라더니 정말 멋지다"며 "운행구간이 더 길어져 북까지 이어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젊은 시절 돛배를 타고 임진강을 오르내렸다는 이모(85) 할아버지는 "죽기 전 못 다닐 줄 알았던 이 물길을 다시 둘러볼 수 있어 감개무량"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주)DMZ관광의 박재철씨는 "사라져가는 전통문화 복원에 작은 힘을 보탤 수 있어 뿌듯하다"며 "올해 안에 황포돛배 한 대를 더 복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파주=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 황포 돛배 관광코스는
3일부터 시작한 '임진강 황포돛배 나룻배 투어'는 세가지 코스로 나뉜다. 나룻배 코스(A코스: 임진각―두지리선착장―고랑포구―임진각)와 육로안보관광 코스(B코스: 임진각관광지―화석정·장파리(경유)―장남교 또는 리비교―김신조 침투로―승전전망대―경순왕릉―황포돛배 선착장(경유)―적성―임진각관광지45㎞)로 나뉘어 진행된다. 또 A코스와 B코스를 혼합한 C코스도 운영된다.
요금은 A, B 코스는 성인 기준 각 1만원(두지리 선착장으로 직접 오면 8,000원), C코스는 1만7,000원이다. 황포돛배는 두지리선착장에서 오전11시부터 매시간 뜨며 임진각에서 선착장까지 왕복하는 셔틀버스는 오전10시부터 운행한다. 자세한 문의는 (주)DMZ (031)958―2557 또는 파주시 문화관광과 (031)940―4361
/박상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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