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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법 무산 "국회 한밤의 추태" 미스터리 3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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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법 무산 "국회 한밤의 추태" 미스터리 3題

입력
2004.03.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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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법 처리가 무산된 2일 밤 국회 본회의 상황을 보면 세 가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미스터리'가 있다. 민주당 수정안의 표결을 둘러싼 박관용 국회의장의 모호한 태도, 민주당이 무리수를 둔 배경, 한나라당이 민주당을 감싸고 돈 이유가 그것이다. 상황이 워낙 혼돈스러웠던 탓에 3일 책임을 떠안지 않으려는 정치권의 물고 물리는 공방전도 치열했다. 열린우리당은 '한·민 야합, 삼류 정치사기극, 협잡극' 등의 거친 용어를 동원해 야당에 공을 떠넘겼다. 반면 민주당은 열린우리당 탓을 했고, 한나라당은 여론의 역풍을 우려하며 "최대한 빨리 선거법을 처리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표결만 하고 결과는 없다? 회기 종료 직전 이뤄진 민주당의 선거법 수정안에 대한 표결 효력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표결을 해 놓고도 결과는 선포하지 않은 박 의장의 애매한 의사 운영이 문제의 발단이었다. 2일 밤12시 직전 전자개표상황판에 나타난 표결 결과는 찬성 95, 반대 40, 기권 29표였다.

당시 상황을 담은 방송 비디오 테이프를 보면 박 의장은 분명히 표결을 시작하면서 민주당 수정안이 대상임을 명시했다. 그러나 우리당측의 의사 방해로 회의가 파행으로 치닫자 박 의장은 표결 결과가 나왔는데도 "이 투표가 민주당 안에 대한 것이었느냐, 우리당의 수정안에 대한 것이었느냐"고 의원들에게 묻는 등 딴전을 피우다 결국 회기를 넘겨 버렸다.

국회 의사국은 "의장이 추후 선포를 하면 효력이 생기고, 그렇지 않으면 무효가 된다"고 해석했다. 박 의장은 3일 "효력에 관한 문제는 4당 합의에 따르겠다"고 4당에 공을 넘겼다. 결국 민주당안을 통과시킬 경우 정치적 부담이 클 것임을 감안해 박 의장이 다음 임시국회로 일을 미루기 위해 의도적으로 '딴전'을 피웠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정세균맨더링이냐 김태식맨더링이냐? 수정안 제출의 무리수를 둔 이유를 놓고 민주당은 "획정위안이 '정세균맨더링'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지만 우리당은 "오히려 민주당안이 '김태식맨더링'이다"고 맞받는다.

민주당은 "인구하한선에 못미치는 무주·진안·장수를 해체하는 게 당연한데도 선거구획정위는 무·진·장 현역인 여권 실세 정 의원을 살리기 위해 무리하게 완주·임실(민주당 김태식 의원)과 김제(민주당 장성원 의원)를 흔들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민주당이 낸, 김제를 유지시키고 무주·진안·장수를 분리해 완주·임실과 남원·순창에 각각 붙이는 안도 당략적이라는 비판의 소지를 안고 있다. 이렇게 되면 지역구 구도 자체가 민주당에 유리해 지고, 분할될 예정이었던 김태식 의원 지역구를 살릴 수 있다. 결국 김 의원의 불만 해소와 유리한 선거 구도라는 두 마리 토끼의 유혹을 민주당이 뿌리치지 못했다는 게 중론이다.

한나라당은 방탄국회면 무조건 OK? 한나라당이 민주당과 공조한 것은 3월 임시국회 소집을 위한 연출이란 시각이 적지 않다. 한나라당은 대선자금 수사의 편파성을 비난하며 국회 소집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방탄국회 비난 때문에 여의치 않았던 게 사실이다. 게다가 검찰이 출구조사를 총선 후로 연기하겠다고 밝혀 더 궁색한 처지에 몰린 상태였다. 그러던 차에 민주당이 선거법 수정안을 불쑥 내밀자 본회의장 파란을 일으켜 선거법 처리를 미룸으로써 자연스럽게 새 임시국회 소집이 불가피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 즉석 공조에 나섰다는 것이다. 물론 홍사덕 총무는 "지나친 해몽"이라고 반박한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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