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한 노령화로 지난해 건강보험 진료비 가운데 노인들에게 지출된 비율이 처음으로 20%를 넘어섰다.3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2003 건강보험 심사통계지표'에 따르면 지난해 건강보험 진료비는 전년보다 7.7% 늘어난 20조5,336억원으로 처음 20조원을 넘었으며, 이중 65세 이상 노인 진료비가 4조3,723억원으로 21.3%를 차지했다.
건강보험 가입자 중 65세 이상 노인층은 354만1,000명으로 전체의 7.5%에 불과해 노인 1인당 평균 진료비는 평균의 2.8배에 달했다. 우리나라의 노령화 속도가 빠른데다 노인들의 만성 퇴행성 질환들은 건당 진료비가 높아 노인 진료비는 4년 사이 2배로 늘어났다. 정부는 건보재정 안정을 위해 2007년부터 공적 노인요양보장제도를 시행할 계획이지만 이를 위해서는 건보가입자 1인당 1만원 안팎의 추가부담이 필요해 논란이 예상된다.
국민 1인당 평균 진료비는 43만5,931원이며, 이 가운데 본인이 직접 부담한 금액은 12만4,011원(28.4%)으로 조사됐다.
질병별로는 급성기관지염 인두염 등 감기관련 질환 진료가 7,781만건으로 치료 횟수가 가장 많았다. 감기 진료비는 전체 외래진료비의 14.8%인 2조2,265억원으로, 고액이 드는 암 진료비(8,426억원)의 2.6배에 이르는 규모이다.
그러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여파로 1,500만명에게 독감 예방접종을 실시, 감기 환자가 줄면서 2002년에 비해 금액이 10.6%, 건수가 2.6% 감소했다. 지난해 불황으로 감기 환자가 웬만하면 병·의원을 찾지 않은 것도 감기 진료 감소의 원인이 됐다. 감기 진료비 가운데 의원이 약제비를 포함해 1조9,975억원(89.7%)을 가져가 감기치료가 동네 병원의 주수입원이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경욱기자 kwnam@ 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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