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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백하는 최진실/"엄마 그리고 연기자일때 가장 아름다울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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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백하는 최진실/"엄마 그리고 연기자일때 가장 아름다울 수 있지요"

입력
2004.03.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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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실(36)이 돌아온다. 남편 조성민과의 불화로 호된 유명세를 치른 그가 오랜 칩거를 접고, 3월20일 첫 방송하는 MBC 주말연속극 '장미의 전쟁'(극본 김선영, 연출 이창순)과 5월 크랭크인 하는 영화 '메모리'(감독 박재범)로 다시 팬들 앞에 선다. 안방극장은 1년 5개월, 스크린은 4년여 만의 복귀다. '장미의 전쟁' 첫 대본연습이 있던 날, 여의도공원에서 방송국 연습실까지 이어진 만남에서 그녀는 "내가 가장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은 엄마, 그리고 연기자일 때다. 쉬는 동안 정말 미치도록 연기를 하고 싶었다"고 털어놓았다.'장미의 전쟁'은 사랑만 믿고 결혼한 젊은 부부가 다툼 끝에 갈라섰다가 재결합하는 과정을 통해 사랑과 결혼의 의미를 짚어보는 드라마다.

최진실은 순둥이 남편(최수종)을 휘어잡고 사는 산부인과 의사 미현 역을 맡았다. 그에게는 낯설지 않은 역이다. '남자는 여자 하기 나름이에요'라는 유행어를 낳은 전자제품 CF로 스타덤에 올랐고, 드라마 '그대 그리고 나' '장미와 콩나물' 등에서도 당찬 신세대 주부 역을 맡아온 그가 아닌가.

하지만 이번에는 '똑 소리'만 나는 주부가 아니다. 유치원생 딸의 콧물을 손등으로 쓱쓱 닦아주고, 오랜만에 만난 멋진 남자후배 앞에서 허둥대다 커피를 엎지르고, 운전하다 딴 생각에 빠져 시동을 꺼뜨리기 일쑤인 보통 아줌마다. 어디 그뿐인가. 국내 개봉한 영화와 같은 제목이 암시하듯, "언제 사랑했냐 싶게 부부끼리 악다구니 쓰며 처절하게 싸우는" 장면까지 보여줘야 한다. 가정불화로 인한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은 그녀로서는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터이다. 그는 "이창순 감독님도 거절 당할 거 각오하고 말을 꺼냈다는데, 선뜻 'OK' 하자 무척 놀라시더라"면서 "만들어진 이미지에 어림짐작으로 주부 역을 연기한 미혼 때와 달리, 경험이 녹아있는 생활연기를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각오가 대단하지만 걱정도 없지 않다. "드라마와 제 처지를 연관시켜 보는 분들이 적지 않을 거란 것 저도 알아요. 남편을 독하게 몰아세우는 장면에서 '저러니까 남편이 그랬겠지' 그런 소리 들을까 솔직히 걱정도 돼요. 하지만 다 감수해야지요. 그럴 각오가 돼있지 않다면 이렇게 나서지도 않았겠죠. 행복한 모습이든, 처절하게 싸우는 장면이든, 몸 사리지 않고 대본에 100% 충실하게 연기할 거에요."

최진실은 추석 개봉 예정인 영화 '메모리'를 통해 또 다른 변신에 도전한다. '메모리'는 남편을 잃은 충격으로 기억상실증에 걸린 가영과 정신과 의사 소희가 남편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파헤치는 미스터리 스릴러. 그녀는 농도 짙은 베드신을 대역 없이 소화할 각오까지 다지며 낯선 장르를 택한 이유에 대해 "시나리오의 마력에 홀렸다"고 답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작품이에요. 시나리오를 받고 10분만에 읽어치웠어요." "어릴 적부터 추리소설을 좋아했고, 영화도 스릴러를 즐겨본다"는 말도 덧붙였다. 하지만 '나의 사랑 나의 신부' '마누라 죽이기' 등 로맨틱 코미디와 '편지' 같은 최루성 멜로에서 관객동원력을 보였을 뿐, 영화배우로서 그리 깊은 인상을 심지 못한 그녀에게 스릴러, 그것도 다중인격 연기는 위험천만한 변신으로 보인다.

"맞아요. 10년 넘게 영화를 했지만 여우주연상은 단 한두 번밖에 타지 못했고, 매번 인기상에 머물러 아쉬움이 많았죠. 비슷비슷한 영화 섭외만 들어올 때 섭섭하기도 했지만, 저 역시 다른 캐릭터에 도전할 생각도 노력도 많이 하지 못했던 게 사실이에요. '메모리'를 통해 최진실이 저런 장르에서도 빛날 수 있구나, 저런 색깔도 갖고 있구나 하는 얘기를 듣고 싶어요. 감독에게 '내 안에서 새로운 것을 뽑아내 달라, 내 연기가 안되면 될 때까지 밀어붙여 나를 바꿔달라'고 당부했어요."

최진실은 아들 환희(3), 돌잡이 딸 수민이 얘기를 할 때 가장 밝게 웃었다. "어제는 대본 들고 중얼중얼 연습을 하고 있는데, 환희가 '엄마 뭐해요? 이상해요'라며 신기해 하더군요. 아직 TV에 나온다는 말은 안 했어요. 깜짝 놀라게 해주려고요."

찬 바람을 피하려 찾은 여의도공원 매점에서 어묵 꼬치를 하나 집어 들고서도 아이 얘기를 꺼냈다. "제가 원래 잘 먹어요. 보약 한 번 먹어본 적 없이 밥심으로만 버텨왔는데, 글쎄 수민이가 저를 쏙 뺐어요. 매운 음식 좋아하는 것까지 빼 닮아, 며칠 전에는 김치그릇 뚜껑에 묻은 김치 국물을 핥아 먹느라 입술 주위가 빨갛게 부풀어 올랐어요. 정말 못 말리죠."

그녀는 앞으로 드라마든 영화든 1년에 한 두 편만 하겠다고 했다. 아이들을 위해서다.

수민이가 환희만큼 자랄 2년 뒤쯤에는 시골로 거처를 옮길까 생각 중이란다. "냇가에서 낚시도 하고, 들꽃도 관찰하고 그렇게 살고 싶어요. 아이들이 하늘과 물, 그리고 흙 냄새를 맡으며 자라면 자연을 닮아 남을 생각하는 넓은 마음도 갖게 될 거라고 믿어요."

우연찮게 동갑내기 탤런트 채시라도 '장미의 전쟁'과 같은 날 첫 방송하는 KBS2 주말연속극 '애정의 조건'으로 1년 만에 안방극장에 컴백한다.

두 사람은 10년 넘게 나란히 인기를 누렸고, 비슷한 시기에 결혼했다. 게다가 애 엄마가 된 뒤 잇따라 출연한 MBC 주말연속극 '그대를 알고부터'(최진실)와 '맹가네 전성시대'(채시라)에서 '권불십년(權不十年)'의 쓴 맛을 본 터라, 둘의 맞대결에 시선이 쏠리지 않을 수 없다.

"시라는 라이벌이라기보다 평생 어깨동무하고 가야 할 길동무예요. 예전에 '트로이카'로 불리던 여배우들 중에 누군가 떠나면 남은 사람 인기도 사그러들었잖아요. 동반상승 효과랄까, 시라가 있어서 더 힘이 나요. 시라도 그렇게 생각할 거예요."

그는 두 사람이 전작에서 잇따라 흥행 실패한 것을 '왕년의 스타도 아줌마 되면 별 수 없다'는 식으로 엮는 데 대해 불만을 드러냈다. "그건 각자의 몫일 뿐이죠. 이미숙 황신혜 김희애 유호정씨 등 아줌마 되고 더 빛나는 연기를 보여주는 분들이 많잖아요."

그녀는 이날 2년 만에 방송국에 들어가면서 짙은 선글라스를 썼다. 여의도공원에서도 사람이 많이 모인 곳을 애써 피했고, 남편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묻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장미의 전쟁' 대본 연습 때는 특유의 발랄함으로 분위기를 리드했다. 배역표에서 강남길을 발견하고는 "상처받은 사람이 많이 나오네"라고 농담을 던지는가 하면, 딸로 나오는 아역배우를 보자마자 "어머, 나랑 귀가 닮았네"라며 친근감을 보이기도 했다.

"여자로서 정말 많은 아픔을 겪었죠. 혼자 애를 낳기도 했으니…. 하지만 제가 연예인이어서 도드라져 보였을 뿐 둘러보면 더한 아픔을 겪은 분들이 많아요. 그냥 괜찮다, 툴툴 털어버리고 연기에 전념할래요. 여러분도 그렇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12년전 "질투" 그 장면 다시본다

'장미의 전쟁'은 트렌디 드라마 붐을 일으켰던 '질투'(1992·사진)의 최수종―최진실 커플이 12년 만에 '재결합' 한다는 점에서 또 다른 화제가 되고 있다. 이창순 PD에게 최진실을 적극 추천한 사람도 최수종이었다. 최진실은 "자주 만나지 못해도 늘 가까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수종 오빠 덕에 더 없이 편하고 든든하다"고 말했다.

이 PD는 두 사람의 특별한 만남을 위해 아주 특별한 '선물'을 준비했다. 7년차 부부로 나오는 이들의 과거 회상 신에 '질투'의 화면을 일부 활용하는 것이다. 이 PD는 "처녀 총각일 때 극중에서 알콩달콩 사랑을 나눴던 두 사람이 부부로 다시 만났으니, 옛 장면을 쓰면 리얼리티를 더 잘 살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캐릭터는 다소 달라도 내용 전개에서 '장미의 전쟁'은 '질투, 그 후 7년'이라 부를 만해 이런 시도가 어색해 보이지 않는다.

이 PD는 '질투' 전편을 모니터 해 둘이 맛있게 아이스크림을 먹는 장면, 계단에서의 어색한 키스 장면, 돌아서 가던 두 사람이 약속이나 한 듯 달려와 포옹하는 그 유명한 엔딩 장면 등을 후보로 뽑아두었다. 그는 "12년 전이라 옷이나 머리 스타일이 좀 튄다"면서 "새로 찍는 회상 장면들과 어떻게 잘 조화시키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최진실은 "친구가 케이블TV에서 재방송한 '질투'를 보고 '너 되게 촌스럽더라'고 말해 좀 걱정된다"면서도 "신선한 발상"이라고 반겼다. 드라마에서 처음 시도되는 이 '실험'이 아직도 '질투'를 기억하는 시청자들에게도 즐거운 추억이 될 수 있을까. 몹시 궁금하다.

/이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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