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총선에서 민주노동당 등 노동계 후보들의 당선 가능성이 전례 없이 높아지면서 재계에 비상이 걸렸다. 이들이 국회에 입성, 공격적인 입법 활동을 벌이거나 개별 사업장 노사문제에 간여할 경우 재계로서는 치명적인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재계는 노동계 후보들의 국회 진출이 이미 가시권에 들었다고 분석하고 있다.경영자총협회는 지난달 말 정기총회에서 "민노당 후보 2∼3명의 원내진입이 가시화하는 등 진보인사의 원내진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노동계 후보 의회진출에 대비한 대응책 마련'을 올해 주요 사업계획으로 채택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이규황 전무도 "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를 배정하는 정당명부 식 투표까지 감안하면 3∼4명이 의회에 진출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민노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는 권영길 대표가 출마하는 창원 을, 구청장과 시의원 출신인 조성수씨가 출마하는 울산 북구, 역시 구청장 출신의 김창현씨가 나오는 울산 동구 등 세 곳이 꼽히고 있다. 이들 지역에서는 대기업 노조가 지역사회에서 힘을 발휘하고 있다. 또 충남 아산, 경남 거제, 부산 금정구 등에서도 상당한 득표가 예상되고 있다.
경총 이동응 상무는 "이들이 의회에 진출하면 노동문제를 다루는 상임위원회인 환경노동위에 전력 투구할 것"이라며 "노동관련 법안 심의나 노사 현안이 이들에 의해 주도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민노당이 아니더라도, 진보적인 인사들의 진출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은 것도 재계로서는 상당한 부담이다. 그렇다고 이들 후보에 대해 직접적인 당선 저지운동을 벌일 수도 없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재계는 현직 의원들 가운데 노동계 편향적인 의정활동을 보인 인사들의 재선을 최대한 저지하고 친 재계 인사들의 당선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경총이 3일 16대 국회에서 노동 편향적 입법활동을 한 '요주의' 인사들의 면면을 기관지인 '경영계'에 공개한 것도 그 일환이다. 경총은 이날 56건의 노동관련 의원입법안을 노동계 요구를 일방적으로 수용한 법안 노조 친화적 법안 여성계 등 인기에 편승한 법안 시장경제 왜곡 법안 기업 친화적 법안 중립적 법안 등 6가지로 분류, 각 법안별로 발의에 참여한 의원들을 일일이 밝혔다.
경총은 각각 11개와 9개의 입법안을 발의한 한나라당 김락기 의원과 민주당 박인상 의원을 노동계 요구를 일방적으로 수용한 대표적인 의원으로 꼽았다.
경총은 또 17대 국회에서 환노위 활동을 견제하기 위해 개별사업장 노사문제에 대한 환노위 개입 무분별한 환노위의 기업 소환 노조 정치참여에 따른 사업장 혼란 등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착수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집단소송제와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처리과정을 분석, 현역 의원들을 친 재계, 반 재계 의원들로 나눠 회원사들에게 공지시키고 있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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