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총사'세 여자를 만나 골고루 자식 하나씩 뒀다. 세 자식과 함께 살다가 아이들 몰래 아파트를 팔고 새 여자와 살림을 차렸다.'
'삼총사'(박근형 작·연출)의 아버지는 '청춘예찬' '대대손손'에서처럼 문제적인 아버지다. 무대는 재개발을 앞둔 시영아파트의 누추한 살림살이를 벌거벗은 그대로 보여준다. 택시운전사인 첫째(고수희)와 막내(엄효섭), 정신지체를 겪고 있는 둘째(윤제문)의 삶은 고단하다. 바둑판 위에 놓은 햇반과 김 한 장이 식사의 전부다. 그 절박하고 누추한 상황에서 웃음이 터져 나온다. 아버지가 돌아올 거라는 세 자녀의 믿음과 아버지의 실상은 얼마나 모순인가. 극을 여는 도입부가 신선하다. 관객의 뒤통수를 치는 둘째의 역할도 흥미롭다.
그러나 뒤로 갈수록 힘이 부친다. '액면' 이상을 보여주지 않는다. 박근형 특유의 풍자와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상상력을 생각하면 아쉽다. 더블 캐스팅을 한 둘째와 셋째의 연기 편차도 그러하다. 28일까지 대학로극장.
● 우먼 인 블랙
'공포 투어'도 가능할까? 3만원이면 영국 북동부의 귀신 들린 집을 구경할 수 있다. 집 앞으로는 으스스한 늪이 있고, 밤에는 소금기 섞인 강한 바닷바람에 갈대가 서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삐걱거리는 계단소리, 아기 울음소리, 여자의 고함이 등골을 오싹하게 한다.
'우먼 인 블랙'(수잔 힐 작·와이킷 탕 연출)은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15년 간 5,000회 이상 공연된 공포극이다. 아더 킵스(이호성)란 중년의 법무관이 젊은 날부터 자신을 따라다니는 유령 이야기를 친구와 가족들 앞에서 연극으로 보여준다. 고용된 배우(이상직)는 젊은 킵스를 맡고 중년의 킵스는 '그외의 등장인물'을 연기한다.
'극중극'의 재미는 상당하다. 킵스는 머뭇거리다가 서서히 연극 속으로 빠져들고, 배우는 자기도 모르게 공포에 전염된다. 그러나 단 두 명의 배우(와 유령)가 극을 끌고 가기엔 조금 벅찬 느낌이다. 번역투의 대사가 때때로 배우들의 입에서 '씹힌다'. 28일까지 제일화재세실극장.
/이종도기자 ecr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