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아이티의 수도 포르토 프랭스에 무혈 입성한 무장 반군들이 2일 하루 만에 정권욕을 드러냈다.기 필립과 루이 샹벨린 등 반군 지도자들은 이날 공공연히 정권 장악을 선언하면서 새 정부 참여를 기정사실화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이 1986년 민중 봉기로 축출된 장 끌로드 뒤발리에 정권의 군인 출신들로 암살 등 각종 인권 유린 혐의를 받는 군벌이라는 점이다. 국제사회와 아이티 국민 사이에선 아리스티드 전 대통령이 축출된 자리에 독재와 인권 탄압의 악령이 되살아 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반군의 지도자 격인 필립은 2일 "아이티는 내 손 안에 있다"며 스스로 군과 경찰의 사령관이라고 공포했다. 그는 대통령궁 옆에 진을 친 채 경찰 간부들을 위협, 강제 소환하는가 하면 이봉 넵튄 총리의 체포를 명령하는 등 점령군 행세를 했다. 그는 정치적 암살 등에 연루된 사실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97∼99년 포르토 프랭스 경찰서장일 때 약식 처형 등 인권유린을 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2001년 경찰학교와 국회를 공격한 배후 인물로도 전해진다. 샹벨린도 이날 "새 정부 수립 때 옆에 나 앉지 않을 것"이라며 정권 참여를 공언했다. 육군 상사 출신인 그는 80년대 정치 암살단을 이끌었고 이후 무장 조직을 만들어 94년 미국 개입 때까지 수많은 사람들을 학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아리스티드 정권에서 궐석재판을 통해 무기 징역을 선고 받았다.
국제엠네스티 등 인권 단체들은 즉각 샹벨린 등의 체포를 촉구하고 나섰다. 필립과 샹벨린은 '모함'이라고 반박했지만 1일 두 손이 뒤로 묶인 채 머리에 총을 맞은 시신이 발견되는 등 벌써 이들의 '보복 살인'이 시작됐다는 우려도 나온다.
반군들의 권력욕이 노골화하면서 미국과의 갈등이 불가피해졌고 미국은 자칫 또 다른 수렁에 빠져들 가능성도 생겼다.
미국은 무장해제를 요구했지만 반군들은 국제치안유지군 증강 전에 권력 장악을 기정사실화하려 하고 있다. 리처드 바우처 미 국무부 대변인은 "무기를 내려놓고 집으로 돌아가라"고 경고하면서 "역겨운 과거를 가진 반군들은 앞으로 환영받지 못할 것"이라며 새 정부에서 이들을 배제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필립은 "다른 나라의 명령이나 압력을 원치 않는다"며 "나를 죽일 테면 한 번 해 봐라"고 맞섰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안정까지 여러 해가 걸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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