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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부패의 전사들](7)관세청 조사감시 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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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부패의 전사들](7)관세청 조사감시 요원

입력
2004.03.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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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인다." 지난 1월 5일 오전 8시. 부산항 4부두의 한 차량 안에서 한 곳을 뚫어지게 지켜보고 있던 부산세관 염승렬(7급·35)씨는 타깃의 움직임에 바짝 긴장했다. 사흘째 잠복근무를 하면서 감시하던 컨테이너 3개가 트레일러에 실리기 시작한 것이다. 염씨는 동료 5명과 함께 조심스레 뒤를 밟기 시작했다.녹용 등 밀수품이 돌로 신고된 화물 속에 은닉돼 들어올 것이라는 제보가 접수된 것은 지난 연말이었다. 믿을 만한 제보였기에 염씨는 동료들과 함께 배가 들어온 1월3일부터 잠복 근무에 나섰다. 잠복 첫날 밤 몰래 컨테이너를 들여다봤으나 화물로 신고된 경계석(인도와 차도의 경계에 놓여지는 돌)만 보였을 뿐 그 내부는 확인할 길이 없었다. 결국 화물이 부려지는 순간을 덮치는 수 밖에 없었다. 염씨와 동료들은 미행을 들키지 않기 위해 3대의 승용차를 마련했다. 똑 같은 차량이 계속 따라오면 눈치를 챌 수 있기 때문에 한 대가 한 동안 따라가다가 슬며시 빠지고 또 한 대가 따라붙는 '교대 미행' 방법을 택했다. 3개의 컨테이너가 각기 다른 방향으로 옮겨질 가능성에도 대비한 포석이었다.

다행히 화물은 모두 감천항의 한 창고로 이동했고 염씨와 동료들은 현장을 급습했다. 경계석 무더기 속에서는 중국산 뱀 3,070마리, 녹용 110㎏, 가짜 시알리스와 비아그라 등 발기부전 치료제 4만4,400정, 가짜 손목시계 1,490개 등 시가 85억원 상당의 밀수품이 쏟아져 나왔다.

첩보 영화의 한 장면 같지만 관세청 조사감시 요원들에게는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일이다.

염씨의 경우는 재수가 좋은 편이다. 일주일 이상 잠복하고도 놓치거나 허탕치는 일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실제 배가 들어올 때부터 일주일은 야근을 해야 한다"며 "옷 갈아 입는 일 외에는 집에 들어가기 힘들 정도"라고 전했다.

관세청 산하 30개 세관에서 근무하는 500∼600명의 조사감시 요원들의 생활은 대부분 경찰과 다름이 없다. 이들은 영장 신청 및 고발 권한을 가진 사법경찰관이기도 하다.

경찰과 다른 점이 있다면 해상 순시 업무까지 해야 한다는 점. 쉽게 말하면 밀수품 수사를 전문으로 하는 경찰 겸 해경인 셈이다. 지난 1월 19일 육상 근무 도중 공기총과 실탄 1,031발의 밀반입 시도를 적발해 낸 거제세관 윤현규(8급·29)씨도 '해륙 양용' 세관원이다. 윤씨처럼 감시정 운항 자격이 있는 선박직 직원들은 대부분 통선장(선원들이 출입하는 통로)과 해상 감시 업무를 번갈아가면서 한다. 업무시간은 오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꼬박 24시간. 근무를 마치면 하루 쉬지만 격일로 밤샘을 해야 하는 피곤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최근에는 고전적인 분선 밀수(해상에서 밀수품을 주고 받는 행위)가 줄어들고 합법적인 물품 속에 밀수품을 숨겨 오는 컨테이너 밀수가 늘어나는 추세라 해상감시 업무 부담이 다소 줄었다.

윤씨가 엑스선 감시기를 통해 총기류 밀반입 시도를 적발해낸 것도 육상 근무 도중이었다. 윤씨는 "라트비아 선원의 짐 속에서 개머리판으로 보이는 물건이 있길래 열어 봤더니 개머리판과 가늠쇠가 나왔다"며 "이 선원은 계속 장난감 총이라고 주장했지만 동료의 짐 속에서 총열과 노리쇠, 실탄 1,031발을 찾아냈더니 당황하더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격무와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관세청 조사감시 요원들은 눈부신 활약을 했다. 100억원 상당의 중국산 농산물 밀수범들을 잡아낸 광양세관 노시교(7급·36)씨와 컨테이너 54대분에 달하는 중국산 농산물 1,284톤의 밀수를 적발해 낸 부산세관 유성렬(7급·34)씨, 중국산 고추 220톤의 밀수 첩보를 입수하고 부산항에서 경북 안동시까지 끈질기게 추적해 하역 현장을 급습한 대구세관 임채진(7급·48)씨 등이 대표적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최근 일부에서 격무 등을 이유로 조사감시직 지원을 꺼리는 경향이 있어 안타깝다"며 "그러나, 대부분의 조사감시 요원들은 자신의 일을 천직으로 여기며 사명감을 갖고 열심히 일하고 있어 든든하다"고 말했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국경 개념이 희미해지고 통신·운송 수단이 발달하면서 관세청(청장 김용덕)의 업무 영역도 덩달아 확대되고 있다. 관세청은 최근 인지 수사 분야에서 검찰과 경찰 못지않은 실적을 보여주며 바뀐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연이은 '환치기' 적발 사례다. 환치기란 예를 들어 학부모가 국내 대행업자에게 100만원을 주면 중국의 대행업자가 유학 중인 자녀에게 그 만큼의 위안화를 내주는 것으로 실제 외환 송금 없이 그 효과가 발생하도록 하는 수법이다. 당연히 정상 거래가 아닌데다가 환전 수수료를 내지 않기 때문에 위법이다. 관세청은 지난해 11월 345억원의 외환을 불법 거래한 사상 최대 환치기 조직을 적발한데 이어 지난달에는 증권사 법인계좌를 이용해 환치기 범죄를 저지른 증권사 직원을 검거했다.

마약 수사에서도 관세청은 큰 몫을 차지한다. 세관을 통한 조기 적발은 물론 이미 밀반입된 마약에 대해서도 추적 수사 성과가 적지 않다. 미군부대 물품의 밀반입 단속도 중요 업무다. 지난해에는 용산 미군부대 PX에서 땅굴을 파 인근에 임대한 커피숍 지하로 주류를 빼돌린 PX 지배인 등을 검거해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최근에는 인터넷상의 사이버 밀수까지 관세청의 단속 영역이 됐다. 인터넷을 통해 마약이나 음란물을 주문하거나 관세가 면세되는 소액 물품을 편법으로 다량 거래하는 범죄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관세청은 사이버 밀수 단속센터 근무요원을 5명에서 10명으로 늘리고 범죄 혐의가 있는 인터넷 쇼핑몰이 대한 기획 조사를 실시하는 등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박진석기자

■ 최첨단 "컨테이너 검색기"

최근 관세청의 밀수품 단속 과정에서 유난히 큰 위력을 발휘하는 신종 무기가 있다. 컨테이너 검색기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2002년 10월 처음 도입된 컨테이너 검색기는 엑스 선을 이용해 트레일러에 실린 컨테이너를 열지 않고도 속에 든 화물을 꿰뚫어 볼 수 있도록 고안된 기계다. 40㎜에서 최고 200㎜까지의 철판을 투과할 수 있는 막강한 위력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화물 내부나 컨테이너 자체의 별도 은닉 공간에 밀수품을 숨기는 소위 '커튼치기'밀수는 여지없이 적발되고 있다. 첫 도입 이후 지난달까지 컨테이너 검색기가 잡아낸 밀수품만 677억여원 상당에 달할 정도다. 지난 1월 7일 활어 운송용 컨테이너에 은닉돼 있던 홍삼, 녹용 등 1억원 상당의 밀수품을 적발해 낸 것도 컨테이너 검색기의 공이다. 당시 밀수업자들은 컨테이너 밑바닥과 옆면에 별도로 공간을 만들어 겉으로 보기에 전혀 흔적이 남지 않도록 했기 때문에 발견이 쉽지 않았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검색기를 작동시킨 결과 내부의 은밀한 공간이 여지 없이 드러났다.

컨테이너 검색기는 사람이 직접 컨테이너를 열고 화물을 일일이 뒤질 때보다 작업시간을 10분의 1로 단축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검색으로 인한 운송 시간 지연 등으로 피해를 입던 일반 기업들도 검색기의 등장을 반기고 있다. 대당 26억∼52억원에 달하는 고가의 기계라 현재 부산과 인천, 광양, 평택 세관에서 모두 6대만 보유하고 있다. 관세청은 올해 인천과 울산에 한대씩 더 도입할 예정이며 2010년까지 11대를 더 들여올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박진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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