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혜인아! 실력도 중요하지만 열심히 하려는 자세와 의욕은 더욱 중요하다. 아빠는 근성 없는 선수를 가장 싫어한다. 오늘 경기에서 근성을 보여줘라."지난달 29일 현대캐피탈을 꺾고 국내 배구 사상 최다 기록인 70연승을 달성한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 "신 감독이 생각하는 가장 바람직한 선수는 어떤 유형이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그는 "오늘 경기에 출전하는 농구 선수인 둘째 딸 혜인(19·광주 신세계)에게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이렇게 보냈다"며 답변을 대신했다. 그가 보낸 메시지는 삼성화재 선수들이 왜 위기에서 더 강해지는지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2일 오후 경기도 용인 삼성화재 체육관에서 만난 그는 대기록 작성의 비결을 담은 보고서를 소속 회사에 제출하고, 배구협회 관계자들과 국가대표팀 강화방안을 논의하느라 눈코 뜰 새가 없었다.
프로 선수는 근성이 있어야
삼성화재의 대기록 작성은 선수들이 화려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신 감독 만큼 훈련을 많이 시키는 감독도 드물다. 경기 내용이 조금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 다음 날부터 무조건 운동장 30바퀴(12㎞)를 돌린다. 훈련 때마다 선수들에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다.
"삼성화재 배구의 특장은 수비와 집중력이다. 이는 훈련을 통해서만 좋아질 수 있다. 또 체력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그는 연습경기든 실전이든 '할 때는 악착같이 하고, 놀 때는 확실히 놀아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골프를 하든, 고스톱을 치든 대충 대충하는 사람은 상대하지 않는다. 뭐든지 열심히 해야 기쁨이 있는 것이고, 특히 운동선수는 힘든 것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 그러나 그는 코트 밖에서는 선수들에게 큰 형님이다. 후배들의 고충을 들어주기 위해 소주잔 기울이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하지만 술을 먹어도 다음 날 새벽 6시면 어김없이 코트로 향하는 빈틈없는 카리스마 때문에 선수들도 흐트러지지 않는다.
대회 10연패가 목표
"매 경기 최선을 다하다 보니 70연승을 달성했다. 연승도 좋지만 앞으로 우승에 더욱 중점을 두겠다. 100연승을 하고 싶지만, 경기 운영상 쉽지 않다. 현재 겨울리그 10연패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100연승이 어려운 것은 현대캐피탈 김호철 감독 때문이냐"고 묻자, 그는 "V―투어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고 결승전을 치르는 과정에서 선수 교체나 체력 안배를 해야 하기 때문에 연승에 전력 투구하는 것은 문제다. 하지만 이번 대회 5차 투어까지 모두 우승한 만큼 대회 제패를 의심하지 않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나를 키운 건 8할이 준비성
지금은 패한 기억이 아득하지만 그에게도 적지 않은 시련이 있었다. 공기업인 최약체 한국전력 코치를 12년간 하면서 이긴 적보다는 진 적이 더 많았다. 고려증권과 현대자동차에 치여서 고개를 들 수 없는 날이 부지기수였다. 하지만 "나에게도 언젠가는 좋은 선수들을 이끌고 경기를 할 때가 올 것"이라는 믿음을 버리지 않았다. 틈만 나면 지도자론, 선수심리론 등 수많은 책을 독파했다.
"지난해 겨울리그 7연패를 한 뒤에도 8연패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준비했다. 준비 이외에 다른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다가올 미래를 준비해 더 나은 현실로 만드는 것. 그 때나 지금이나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한다는 게 나의 신념이다." 혹자는 삼성화재가 팀 구성원들이 좋아서 연승한다고 주장하지만 그의 생각은 다르다. "훌륭한 선수를 스카우트하기 위해 애쓰고, 받아들인 선수들과 후회 없는 경기를 펼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아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내가 배구를 하는 한 계속될 것이다."
/용인=박진용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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