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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띄우는 편지

입력
2004.03.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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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담당하고 나서 이런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여행 취재다니면 전국의 명소를 두루 돌아다니며 좋은 구경 다할 수 있어 정말 좋겠다라고 말입니다. 사실 틀린 말은 아니기 때문에 크게 부정을 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여행기자라고 모두 다 좋을 순 없습니다. 특히 요즘처럼 꽃이 피는 시기라면 더 더욱 그렇습니다. 사연은 이렇습니다.여행기사는 매 시간마다 새로운 속보를 알려주는 사회면과는 달리 주로 한 주전에 취재를 가야 합니다. 주말까지 취재를 마치고 휴일에 기사를 쓰면 한 주가 지난 주중에 신문이 나오는 식입니다. 독자들은 그 기사를 보고 그 주 주말, 혹은 그 다음 주 주말에 여행을 떠나겠죠.

발 빠르게 봄소식을 전하려고 하다 보니 늘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항상 만개시기보다 먼저 가야한다는 것입니다. 꽃이 만개할 때쯤이면 또 다른 꽃을 찾아 떠납니다. 동백이 피나 싶으면 매화와 산수유꽃을 찾고, 매화, 산수유가 흐드러지게 필 때쯤이면 벚꽃이 기다립니다. 때문에 절정기에 달한 만개한 꽃은 보기가 어렵습니다. 남보다 앞서간다는 것이 좋은 점도 있지만, 이렇게 다른 사람과 함께 향유할 수 없다는 점에서 어찌 보면 늘 외로울 수 밖에 없습니다.

제주에서 시작, 거제 외도, 광양과 구례로 이어지는 봄취재는 다르게 말하면 겨울을 보내는 취재였습니다. 겨울과 봄이 공존하는 공간에서 애써 봄을 발라낸 뒤 기사라는 이름으로 포장을 합니다. 이 같은 작업은 북으로 올라가면서 계속 이어지겠지요. 하지만 분명한 건 그렇게 지나간 곳에서는 이제 완연한 봄기운을 느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기사를 마감하고 나면 어김없이 봄취재를 떠나게 됩니다. 그 사이 몇 차례의 꽃샘추위도 있겠지만 계절의 대세를 거스를 수는 없는 일입니다. 취재현장에서 만개한 꽃을 보지도 못할 것이구요. 서운하지 않냐구요? 아, 생각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만개한 꽃을 보는 즐거움은 독자들에게 넘기기로 말입니다.

/한창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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