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리릭∼ 휘리리리릭∼" 쉴 새 없이 불어대는 교통경찰들의 호루라기 소리에 맞춰 '사통팔달'이었던 시청 앞으로 모여든 차량들이 섰다 움직였다를 반복한다. 서울시청 앞 광장 조성공사에 따라 변경된 교통체계가 본격 시행된 2일 아침.확 바뀌어버린 운행체계가 생소한 운전자들이 차창을 열고 차로와 보도에서 경찰과 시 공무원들이 나눠주는 안내지도를 받아 든다. 하지만 어느새 신호는 바뀌고 차량들은 갈 길 몰라 멈칫거리다 엉켜버린다. 우려했던 교통대란은 없었지만 홍보부족에다 갑작스런 일방통행 변경, 신호등 고장 등으로 곳곳에서 극심한 혼잡이 빚어진 힘들고 짜증스러운 3월의 첫 출근길이었다.
서소문로 거북이 운행
서소문·남대문로와 을지로·남산3호터널의 병목지점인 소공로는 정체가 가장 심할 것이라는 예상에 따라 우회로로 길을 바꾼 차량들이 많아 의외로 원활한 소통을 보였다. 오히려 이 날 가장 극심한 정체를 보인 곳은 서소문로 일대. 꼬리에 꼬리를 문 차량들이 옴짝달싹 못하면서 오전9시가 훌쩍 넘은 시간까지도 엉금엉금 거북이 운행을 면하지 못했다. 아현동∼시청의 출근길 속도는 시속 11.8㎞로 지난달에 비해 시속 8.3㎞나 느려졌다. 이는 서소문쪽에서 남산3호터널로 진입하는 차량과 남대문쪽에서 남산3호터널이나 을지로로 향하는 차량이 프라자호텔 뒤편인 북창동길에서 만나면서 병목현상이 벌어졌기 때문. 더욱이 북창동길 진입로 신호등이 고장나 차량들이 뒤엉켰고, 서소문로와 남대문로에서 세종로쪽으로 진행하는 차량들이 두 번의 짧은 신호를 받느라 장시간 신호대기하면서 서소문로와 남대문로의 정체 구간이 길어졌다.
서소문에서 명동까지 40분이나 걸려 꼼짝없이 지각하게 됐다는 이종택(45)씨는 "청계천 때문에 근방 교통량이 심각한데 시청 앞까지 꼭 동시에 공사를 해야하는지 모르겠다"며 "고작 엿새 전에 발표하고선 출근뿐 아니라 개학일까지 겹친 이런 날 시행하다니 서울시가 한꺼번에 너무 많은 걸 보여주려는 것 아니냐"고 짜증스러워 했다.
일방통행길 역주행도 줄줄이
차등차로 공사가 완료되지 않아 급작스레 일방통행으로 바뀐 북창동길은 이를 미처 알지 못했던 운전자들이 소공로 방향에서 줄줄이 역류하는 통에 사고가 날 뻔한 아찔한 상황이 자주 연출됐다. 게다가 신호등까지 고장나 차량들이 마구 뒤엉킨 터여서 역주행 차들은 빠져나갈 길을 찾지 못해 허둥대는 모습이었다.
구영혁(39)씨는 "길이 너무 헷갈려 상당히 헤맸다"며 "운전자들이 사전에 숙지할 수 있도록 충분히 홍보를 해야지 도로마다 눈에 잘 들어오지도 않는 안내판만 덜렁 세워두면 다냐"고 볼멘소리를 했다.
이 날 8∼9시 사이 시청 방향의 유출입 교통량은 지난달 시간당 1만3,000대에서 약 14% 감소한 11,000대로 나타났으며, 7∼9시 사이 도로구간별 통행속도는 시속 16∼27㎞로 지난달 화요일 평균속도와 큰 차이는 없었다. 그러나 시청 일대 교통량이 줄어든 대신 삼각지나 서울역 등 주변 외곽의 정체가 심해지는 부작용도 나타났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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