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냐, 오페라냐.5월 5일과 8일 서울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의 공연이 예정된 인기 절정 성악가 부부 로베르토 알라냐(40·테너)와 안젤라 게오르규(38·소프라노)의 오페라 '라보엠'이 축구에 발목이 잡혔다. 최근 프로축구단 서울 유치가 결정됨에 따라 서울시가 공연 등 문화행사의 상암 월드컵 경기장 사용에 관한 심의를 갑자기 보류시켰기 때문이다. 축구 경기 일정이 확정돼야만 공연일정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축구경기가 없는 '비는 날'에만 공연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작년부터 이 공연을 준비해온 기획사는 공연이 임박했는데도 장소 사용 여부가 불투명해져 홍보조차 못하고 있다.
물론 프로축구단 유치라는 돌발 상황에 따른 것이지만, 경기장을 빌려주는 서울시의 행정 절차에 문제가 있다. 상암 월드컵경기장 사용신청은 상반기 행사의 경우 1월 말, 하반기는 5월 말에 접수한다. 승인 여부는 심의를 거쳐 보름 안에 결정된다. 극단적으로 3월에 공연을 하려면 2월 초나 돼야 사용여부를 알 수 있다. 일찌감치 장소를 결정하고 차근차근 공연을 준비하는 것 자체가 애당초 불가능하다.
공연은 두세 달 만에 급조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더구나 세계적 스타의 무대나 국제적 대형 프로젝트는 늦어도 1년 전에 시간과 장소를 확정하고 준비하는 게 관례다. 서울 예술의전당이 1년 전에 대관 신청을 받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지난해 오페라 '투란도트'가 공연돼 큰 관심을 끈 상암 월드컵경기장은 축구장인 동시에 대형 문화행사를 수용하는 공연장이기도 하다. 그러나 '삽시간에 뚝딱'을 요구하는 지금의 운영방식으로는 결코 축구와 문화가 함께 숨쉬는 공간이 될 수는 없다.
오미환 문화부 차장대우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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