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문화인의 오랜 소망이 이뤄지게 됐다. 경춘선이 달리는 강원 춘천시의 '신남역' 이름이 곧 '김유정역'으로 바뀐다. 김유정은 '봄봄' '동백꽃' 등의 빼어난 소설을 썼다. 농촌의 풋풋한 생명력과 토속적 해학이 가득한 소설을 쓴 그가 29세로 요절했다는 것은 비극이다. '봄봄'은 데릴사위로 들어와 4년 동안 아내 될 점순이와는 내외하면서 머슴처럼 일만 하는 젊은이와 장인이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각박함 대신 유머러스하게 그리고 있다. "장인님, 인젠 저…" "이자식아! 성례구 뭐구 미처 자라야지!"라는 첫 대목부터 웃음을 머금게 한다. 소설 제목이 '봄'이 아니라 '봄봄'인 점도 건강한 생명의 외침을 부풀어 오르게 한다.■ 소설이 발표되고 70년 가까이 흐른 지금의 봄은 많이 풍요로워졌으되, 그때처럼 건강하지는 않다. 생명 질서가 변하고 있다. 냉이 씀바귀 등 봄나물이 나오기도 전에, 비닐하우스에서 자란 딸기가 제 철 인양 거리 좌판을 뒤덮고, 너무 많이 출하된 프리지아 꽃이 헐값에 팔리고 있다. 식물의 생육질서는 그나마 크게 궤도를 이탈하지 않은 것 같다. 동물의 경우 인공사료가 보급되면서 동남아의 닭 오리 등은 조류독감으로 병들고, 다시 광우병을 앓게 된 미국 소들도 우리 식탁에 불안한 그림자를 던지고 있다.
■ 인간 본성의 수수께끼인 동성애 문제도 자연스럽게 노출되고 있다. 동성애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에 맞선 단체 '친구사이'가 올 봄 10주년을 맞았다. 이 '성적 소수자들'은 꾸준히 자신을 인정받기 위한 무대를 넓혀 왔다. 미국 동성애자는 더 큰 고비를 맞고 있다. 최근 매사추세츠주 대법원이 동성결혼을 허용했고, 샌프란시스코시는 결혼증명서 발급에 앞장서고 있다. 반면 조지 부시 대통령이 동성결혼 금지를 위한 헌법개정을 제안함으로써 가치충돌이 빚어지고 있다. 신의 섭리를 내세우는 반대 목소리와 소수자의 인권주장 중 어느 것이 합당한 것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 황우석 서울대 교수가 최근 배아줄기 세포 배양에 성공하여 세계적 화제가 된 터에, 우려의 주장도 만만찮다. 참여연대 등 10개 시민단체들은 황 교수를 노벨상 후보로 추천하기 위한 운동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생명윤리적 논란의 대상인 그를 노벨상 후보로 추천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것이다. 인간을 수호해야 할 생명중시의 한계선은 어디까지일까. 루비콘강을 건넌 것이 아닌가. 한 계절이 일러진 프리지아, 딸기까지가 최대 허용치는 아니었을까. 올 봄 특히 생명과 관련된 많은 갈등 속에 혼란스런 봄을 맞고 있다.
/박래부 논설위원 parkr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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