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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는 봄 꽃과 나무/광양 매화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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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는 봄 꽃과 나무/광양 매화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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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3.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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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바람은 이미 겨울의 그것과는 다르다. 2월29일과 3월1일은 받아들여지는 느낌이 전혀 다르다. 전자는 겨울, 후자는 봄이다. 단 하루 차이지만 분명 다른 뭔가가 있다. 단순한 숫자의 이동만이 아닌 것을 바람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3월과 함께 떠나는 봄맞이여행. 섬진강줄기를 따라 가는 길이다. 섬진강 일대는 3∼4월이면 온통 봄의 축제장이다. 매화꽃, 산수유꽃, 벚꽃, 배꽃이 잇따라 피면서 화사함이 극치를 이룬다. 매화는 그 화려함의 시작이다.

동백이 겨울을 보내는 꽃이라면 매화는 봄을 부르는 꽃이다. 아직 찬 기운이 남아있을 때 꽃망울을 맺기 시작하지만 매화의 절정기는 언제나 완연한 봄이다.

섬진강은 경남 하동군과 전남 광양시를 경계로 유유히 흐른다. 노령산맥과 소백산맥의 경사면인 전북 진안군 마이산 자락이 발원지이다. 순창군 적성면의 오수천을 만나고 남원시 요천, 보성강과 섞인 뒤 남으로 내려와 하동군 화개면과 광양시 다압면을 경계로 나눈다. 길이 212.3㎞. 국내에서 9번째로 길다.

다압면은 섬진강을 따라 28㎞에 걸쳐 펼쳐진다. 길 따라 어김없이 매화꽃이 피고 있다. 평소에는 3월초에나 피기 시작하지만 개화시기가 일주일정도 빠르다. 길가 양지바른 곳에는 제법 흐드러진 모습을 볼 수 있다. 섬진강다리에서 강을 따라 이어지는 861번지방도는 그래서 환상의 드라이브코스로 손꼽힌다.

매화마을은 그 길 중간지점에 있다. 원래 이름은 섬진마을이지만 매화로 워낙 유명해 진 터라 몇 년 전부터 아예 매화마을로 이름을 바꿨다.

동네 입구에 들어서면서부터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마을이 온통 매화나무다. 만개시기가 되면 마을 전체는 흰색 꽃잎으로 뒤덮인다. 좀더 운치 있는 풍광을 보기 위해서는 마을 뒷산 중턱으로 올라가는 것이 좋다. 흰 눈이 나무 위에만 내린 듯하다. 흰 매화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간혹 홍매화, 청매화도 있다. 매화가 빚어내는 색의 조화는 예술에 가깝다. 때에 맞춰 13일부터 매화축제도 열린다.

매화마을 관광의 절정은 청매실농원(061-772-4066)이다. 마을어귀에서 500m가량 언덕길을 따라 올라간다. 입구에서부터 화사한 매화꽃을 원 없이 볼 수 있다. 10만평이 넘는 언덕에 심어진 매화꽃의 절경에 놀란다. 이 모든 것이 한 여장부가 일궈낸 피와 땀의 결실이라는 사실에 또 한번 놀란다.

농원주인 홍쌍리(62)씨는 원래 농사꾼이 아니었다. 경남 밀양 출신으로 부산 서면에서 멋쟁이로 불리던 그가 이 곳으로 시집온 것은 39년 전. 꽃다운 스물세살때였다. 처음 이 곳에 왔을 때는 매화보다는 밤나무가 주종을 이루고 있었다. 힘든 시집살이에 위로가 된 탐스러운 매화꽃에 반해 시아버지 김오천(1988년 작고)옹과 함께 밤나무를 배어내고 매화를 하나둘씩 심었다.

당시에는 매화꽃이 지고 난 뒤 맺는 매실열매는 매실주를 담그는 것 이외에는 별 용도가 없던 터라, '돈 안되는 짓거리'를 한다고 구박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오랜 농사로 건강을 많이 해쳤지만 매실액을 장복하면서 회복됐다는 데서 착안, 본격적인 연구에 몰입했다. 매실장아찌, 매실고추장, 매실된장, 매실화장품 등 다양한 매실제품을 생산해냈다. 많은 제품이 나올수록 매화나무의 수도 불어났다. 매실이 돈이 된다는 사실을 안 마을 사람들도 뒤늦게 매화나무를 심었고 그렇게 매화마을이 생겨났다.

매화와 더불어 농원 최대의 볼거리는 장독대이다. 매실을 담기 위해 하나둘씩 모은 장독대가 2,200개를 넘었다. 언덕 위에 오르면 가지런히 정렬된 장독대 너머로 섬진강의 아름다운 풍광이 한 눈에 들어온다. 작품이다. '농사는 작품이다'라는 홍씨의 평소 지론이 그대로 녹아있다.

농원에서 볼 수 있는 작품은 이뿐 만이 아니다. 농원뒤에 심어진 대나무숲은 바람이 불 때마다 은은한 소리를 낸다. 매화에 취하고 장독대에 취하고 대나무에 취한다. 오원 장승업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취화선도 이 곳에서 찍었다.

매화나무가 온통 흰색으로 뒤덮을 때 땅에서는 푸른 보리가 피어난다. 색채의 대비가 어찌 이리도 절묘할까.

이달 중순 만개할 매화꽃은 4월이면 사라진다. 그러나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6월이면 청매실이 주렁주렁 열린다. 눈으로 즐겁던 시기가 지나면 맛이 즐거운 시기가 따라 온다.

열매를 맺기 위해 거름을 주는 아낙네들의 발걸음이 바쁘다. 잠시 휴식과 함께 먹는 새참에 곁들여지는 한자락의 노래가락이 흥겹다. 봄이 성큼 다가왔다.

/매화마을(광양)=글·사진 한창만기자 cmhan@hk.co.kr

수도권에서 출발, 전남 구례와 광양으로 가려면 대략 3가지 방법이 있다. 우선 대전-진주고속도로를 타고 진주분기점에서 남해고속도로 순천방면으로 가다가 옥곡IC에서 빠진다. 2번국도와 만나 하동 섬진강다리앞에서 861번도로를 타고 섬진강을 따라 올라가면 매화마을과 만난다. 매화마을에서 861번도로를 타고 강을 따라 올라간다. 강 건너로 길이 하나 더 있는 데 19번 국도이다. 화개장터로 유명한 남도대교를 건너 19번국도와 합류, 계속 북상하면 지리산온천관광지가 있는 산동면이 나온다. 온천관광지에서 4㎞가량 떨어진 언덕에 산수유마을로 알려진 상위마을이 있다.

대전-진주고속도로를 타고 함양IC에서 88고속도로를 갈아타고 남원IC에서 나온 뒤 19번국도를 따라 내려오면 산동면과 먼저 만난다. 산수화를 먼저 본 뒤 매화를 보는 여정이다. 경부고속도로에서 천안-논산간 고속도로와 호남고속도로를 갈아탄 뒤 광주에서 다시 남해고속도로로 연결, 옥곡IC에서 나와도 된다. 대략 4시간30분∼5시간 소요된다.

서울에서 매일 오후 11시35분에 출발, 다음날 오전 6시22분 하동에 도착하는 무궁화호 열차도 있다. 서울 남부터미널(02-521-8550)에서 하루 여섯 차례 고속버스도 운행한다.

매화마을은 행정구역은 광양이지만 하동과 연계하는 것이 가깝다. 광양시청 교통행정과 (061)797-2366. 서울역에서 구례구역까지 새마을호 하루 두 차례, 무궁화호는 하루 4차례 운행한다. 서울남부터미널에서 하루 6차례 고속버스를 탈 수 있다. 구례구역 (061)782-7788, 구례공용터미널 782-3941.

매화마을은 광양시내에서 떨어져 있는 대신 섬진강 건너 경남 하동과 가깝기 때문에 이 일대 숙박시설을 이용한다. 청송여관(055-883-2485), 그린파크(883-3699), 매일여관(883-5505) 등. 매화마을일대에는 숙박시설은 없지만 대부분 가정집에서 민박을 하고 있다. 다압면 청년회 (061)772-9988.

산수유마을은 관광특구인 지리산온천관광지일대에 숙박업소가 많아 숙소를 잡는 데 큰 어려움은 없다. 대신 축제기간에는 인파가 몰릴 수 있으니 미리 예약하는 것이 좋다. 지리산프라자관광호텔 (061-782-2171), 지리산온천관광호텔 (783-2900), 지리산송원리조트 (780-8000) 등.

매화마을에는 숙박시설도 그렇지만 이렇다 할 음식점도 아직은 없는 편이다. 이 역시 강 건너 하동지역 음식점을 이용하는 수밖에 없다. 하동은 재첩으로 유명한 지역이니 재첩국을 내는 집이 많다. 옛날재첩국식당 (055-883-3819), 강변식당 (882-1369), 신방촌횟집 (882-3745), 원조재첩국나룻터식당 (882-1370) 등이 유명하다. 구례는 유명 관광지답게 먹거리도 풍성하다. 화엄사앞 지리산대통밥(061-783-0997)은 대나무 통에 지은 밥에 27가지 반찬을 내놓는다. 1인분에 1만원. 산동면에는 지리산멧돼지관광농원 (783-1793), 남촌민속가든 (783-0388), 백제회관 (783-2867), 전주식당 (783-3908) 등이 있다.

/한창만기자

■매실 名人 홍쌍리의 매실 예찬

"세상에 버릴 게 없는 게 매실이지요." 매실명인 홍쌍리(62)씨의 매실예찬론이다. 그가 전하는 매실의 효능은 실로 무궁무진하다. "매실은 사람들 뱃속을 청소해주는 청소부"라는 그는 "매실음식을 먹고 위장이 좋아졌다거나 오래 묵은 고질병을 고쳤다는 편지를 받을 때마다 감사의 마음이 북받쳐 장독대로 달려간다"고 자랑한다.

홍씨는 이 같은 매실의 효능이 여러가지 과학적인 실험을 통해 입증됐다고 주장한다.

일본 히로사키 대학에서 매실 농축액을 사용했더니 대장균, 적리균, 티푸스균의 증식을 중지시키고 위장, 소장, 대장의 작용을 활발하게 했으며, 혈중 콜레스테롤 증가를 막고 간장과 심장에도 지방과 콜레스테롤 증가를 억제한다는 결과를 얻어냈다는 것이다.

홍씨는 또 도쿄 약학대에서는 매실의 항균성실험을 했는데, 세균성 식중독을 일으키는 장염 비브리오군에 대해 매실농축액은 1%의 아주 적은 농도로도 높은 항균효과를 나타냈다는 결과를 얻어냈다고 전한다. 항균 작용을 발휘하는 유효성분은 매실구연산이며 매실에는 구연산성분이 레몬보다 5∼7배나 많이 함유돼있다는 것이 홍씨의 부연설명이다. 이 대학에서는 아플라톡신, 벤조피렌 등 세종류의 강한 발암물질에 대한 매실농축액의 작용을 실험한 결과 암의 변이를 막는 효과와 면역세포를 활성화하는 작용이 뛰어나다는 결과도 얻어냈다고 홍씨는 덧붙였다.

홍씨는 또 국내에서도 매실이 백혈병성 임파모 세포와 인체 장암 세포의 증식을 억제하고 당뇨병과 소화촉진 및 간장기능을 회복시킨다는 사실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홍씨는 이와함께 매실을 이용한 다양한 치료방법도 소개한다.

우선 밥 한숟갈로 아침저녁으로 두달 동안 매실액을 먹으면 위가 따끔거리고 배가 아픈 증세가 사라지며 술마신 다음날은 매실농축액에 꿀을 타서 한잔하면 숙취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아토피성 피부염에도 6개월 이상 장복하면 효과가 있고 감기약 대신 매실을 먹는다는 사람도 있다고.

드라마 허준에서 고열과 설사가 나는 돌림병을 매실로 치료한 장면이 나오면서 한때 매실이 불티나게 팔린 적도 있었는데 이 역시 이질 등 전염성 질환에 매실이 효과적이라는 '동의보감'의 언급에 근거를 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도 음식이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해 '우메보시'라는 매실장아찌를 도시락에 넣는다고 한다.

홍씨는 또 숙변제거에도 매실을 활용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우선 생수에 간을 보아 좀 짜다 싶을 정도로 죽염을 탄 뒤 매실농축액을 밥 숟갈로 한 숟갈 반정도 타서 잘 저은 뒤 아침 공복에 마시고 나서 배를 잘 마사지해주면 효과가 있다는 것.

홍씨는 "매실이 결코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여러 사람들에게 전해들은 경험담으로 미뤄볼 때 중병을 앓는 환자들의 전반적인 기력을 높여주는 보조제로 효과가 있다"며 "특히 감기, 배탈, 멀미 등에 효과가 있어 가정상비약으로 두고 먹으면 요긴하다"고 말했다.

/한창만기자 cmhan@hk.co.kr

■구례 산수유마을

봄이 오는 섬진강은 늘 바쁘다. 매화가 시작되는가 싶더니 노란색 산수유꽃이 뒤따른다. 조금 지나면 벚꽃과 배꽃이 시샘하듯 모습을 드러낸다. 지금 이 시기는 매화와 산수유꽃을 같이 구경할 수 있는 시기이다. 둘 중 하나만 보고 오기에는 아쉽다. 매화마을과 산수유마을의 위치는 차량으로 30분 거리로 그리 멀지 않다.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을 수 있는 흔치 않은 관광코스이다.

매화마을에서 섬진강을 따라 북상하면 전남 구례군과 만난다. 민족의 영산 지리산을 끼고 있는 고장이다. 고속도로와 다를 바 없을 정도로 잘 닦인 19번 국도를 따라 가다 보면 오른쪽에 산동면이 있다. 먼저 지리산온천관광지가 한 눈에 들어온다. 관광특구로 지정돼있다. 24시간 영업이 가능하다 보니 늘 번잡스럽다. 너무 많은 여관들이 들어서 있어 오히려 눈에 거슬릴 정도이다.

산수유마을로 유명한 산동면 상위마을은 이 곳에서 4㎞정도 떨어져있어 이 같은 번잡함에서 조금 비껴 나 있다. 마을 위에 지리산 만복대가 버티고 있다. 이 마을이 산동이 된 것도 산수유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중국 산둥성 처녀가 지리산으로 시집오면서 산수유나무를 가져와 심었기 때문에 이 같은 지명이 붙었다고 한다. 생김새가 중국의 촉나라 대추와 비슷한데다 신맛이 두드러져 촉산초(蜀散草)라고도 불린다.

산수유는 다년생 나무로 3월초에 꽃망울을 맺기 시작한다. 지리산에서 흘러내리는 계곡의 물이 채 녹기도 전에 성급한 봄소식을 전한다. 3월 중순이면 활짝 핀 꽃을 볼 수 있다. 이 때부터 마을전체는 노란 물감을 들인 동화속 나라로 바뀐다.

올해는 개화시기가 1주일 가량 이르다. 노란 꽃잎이 서서히 마을을 물들이고 있다. 수줍은 시골 처자처럼 조용히 번지기 시작, 마을은 이내 노란 산수유꽃으로 뒤덮인다.

이 시기에 맞춰 산수유축제도 열린다. 올해는 19일부터 28일까지 지리산온천관광지일대에서 열린다. 산수유두부먹기, 산수유떡치기, 산수유꽃길걷기 등 산수유와 관련된 다양한 행사가 펼쳐진다.

그러나 산수유꽃을 볼 수 있는 시기는 그리 길지 않다. 만개시기부터 20일 정도이다. 4월초면 산수유꽃을 볼 수 없다. 노랗던 산수유나무는 11월이면 붉은 보석 같은 열매를 맺는다. 빨간 껍질과 씨앗을 분리한 뒤 껍질로 차, 술, 한약재 등을 만든다.

예전에는 마을 처녀들이 열매를 입에 넣은 뒤 깨물어 껍질과 씨를 분리했다고 한다. 오랫동안 이 작업을 한 이 마을 처녀들은 앞니가 많이 닳아있어 타 지역에서도 산동처녀를 쉽게 구분했다고 한다. 지금은 이 작업은 모두 기계가 대신 하고 있지만 이 마을에서 생산되는 산수유가 적지 않다는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실제 산동면의 산수유 생산량은 연간 200톤 가량으로 국내 생산량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이중 10%인 20톤 가량이 산수유차로 생산된다.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산수유는 열매가 실해 다른 지역의 산수유보다 상품으로 인정 받고 있다. 자연적 환경과 토질, 기후가 적합해 육질이 두껍고 시고 떫은 맛이 두드러지며 색이 곱기 때문이라고 한다.

열매의 효능도 뛰어나다. 신장계통 및 당뇨병, 고혈압, 관절염, 부인병 등 각종 성인병에 효험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최근에는 남성 건강과 정력에 좋다는 소문이 나면서 인기 열매로 자리잡고 있다. 구례군청 문화관광과 061-780-2227.

/구례=한창만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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