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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死角 불야성 난립 르포/"찜질방, 아파트 1棟보다 전기 더 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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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死角 불야성 난립 르포/"찜질방, 아파트 1棟보다 전기 더 써"

입력
2004.03.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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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밤 10시.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찜질방 M타운. 노래방, 호프집, 음식점 등이 층마다 들어선 복합상가의 꼭대기 2개층을 차지하고 있는 이곳 7층 입구로 들어서자 감색 유니폼을 입은 여직원이 손님을 맞는다. 입장료는 주간 6,000원, 야간에는 1만원. 호텔 프런트 처럼 화려하게 단장된 입구를 거쳐 들어서자 한방 불가마방, 전신 마사지방, 산림욕방, 피부관리실에는 평일인데도 손님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 고급 목재 계단으로 연결된 윗층에는 자수정을 깐 지압로(路)와 안마기를 이용하는 손님들이 휴식을 즐기고 있다.자정이 지나자 가족단위 손님들은 하나,둘씩 빠져나가고 늦은 술자리를 마친 직장인들, 20대 젊은이들이 이들의 빈 자리를 차지한다. 젊은 연인들이 서로 껴안듯이 누워 자는 모습도 종종 목격된다.

각종 보석 장식 100억대 시설도

찜질방의 대형화·고급화 추세가 점입가경이다. 수도권 뿐 아니라 전국 주요도시 마다 이 현상이 두드러진다. 보통 500평 이상인 이들 업소는 내부에 각종 탕은 물론이고 앞다투어 자수정, 금, 은, 천연 종유석 등으로 한증막을 꾸미고 있다. 부대시설도 만화가게, PC방, 헬스장은 기본이고 선탠실, 골프연습장, 영화 감상실까지 갖춘 곳도 흔하다.

지난 해 대전의 한 찜질방에서는 '황금 도난 소동'이 벌어졌다. 이 찜질방은 천장 일부를 순도 99.9%의 황금으로 장식한 '황금방'과 바닥을 60냥 짜리 황금과 자수정으로 꾸민 '천연 자수정탕'을 만들어 "로마의 네로황제도 누리지 못한 황금찜질을 해보라"고 선전했던 곳. 이 업소는 지난해 5월 황금타일 2장이 사라졌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아직도 단서조차 찾지 못하고 있지만, 주변에서는 '홍보용 이벤트'가 아니었느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광주 광산구의 B사우나도 이에 못지 않다. 사우나 벽면을 천연보석으로 단장하고 각방마다 손님 취향에 맞춰 온도를 조절해주는 이 업소는 '100억원이 들었다'는 소문까지 돌면서 연일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가스, 수도, 전기 잡아먹는 하마'

부산 해운대구 5층건물의 B찜질방도 해운대가 한눈에 보이는 전망에 초호화시설로 단장해 입장하려면 줄을 서야할 정도. 지난해 문을 연 전남 목포시 M찜질방은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온 관광객들로 붐벼 주변 러브호텔 업주들은 "손님을 다 빼앗아가 폐업할 지경"이라며 울상을 짓고 있다.

찜질방의 대형화·고급화는 이용객들에게는 일단 즐거운 소식이다. 그러나 이 현상이 도를 넘으면서 찜질방이 '전기, 수도, 가스를 잡아먹는 하마' 로 돌변하고 결국은 이용객의 부담을 늘릴 것이라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대부분 24시간 영업을 하고 있는 찜질방들의 한달 에너지 비용은 수천만원에서 1억원대. 지하 1,2층 550평의 중규모인 분당신도시 야탑동의 A한증막도 지난달 5,200만원의 전기료를 냈다. 4만4,000평 규모의 분당서울대병원이 지난달 지출한 전기료 1억4,000만원의 3분의1을 넘어섰다. 한전의 한 직원은 "보통 대형 찜질방이 입주하면 그 건물은 15층 이상 고층아파트 한 동보다 전기를 더 많이 먹는다"며 "이들은 한전의 큰 고객"이라고 귀띔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에너지원을 대부분 수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초대형 찜질방 난립을 마냥 용인해도 되는 지 의문"이라며 "찜질방의 마구잡이식 물소비도 머지 않아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찜질방에 안전은 없다'

한꺼번에 수백에서 수천명이 이용하는 찜질방은 현행 법규상 '완전자유업'으로 분류돼 있다. 별다른 안전, 위생기준이 없다는 얘기다. 그 부작용은 벌써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찜질방을 종종 이용하는 주부 김모(68)씨는 "누렇게 변색된 타올과 물때가 덕지덕지 낀 세면대를 보는 것도 이젠 지쳤다"면서 "24시간 운영하는 곳이지만 목욕탕 물을 새로 바꾸는 광경은 본 일이 없다"고 말했다.

유명 찜질방은 꼭 찾아 다닌다는 김재영(27·서울 성북구·대학생)씨는 "시설이 좋다는 대형 찜질방도 저녁 7,8시쯤이면 탕 물에서 냄새가 난다"며 "동네 찜질방에서는 아이들이 데이거나 한증막에 갇히는 사고도 심심찮게 일어난다"고 전했다.

특히 소규모 찜질방에는 안전요원이 거의 없어 이 같은 사고가 발생하면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다.

업소내 식당영업도 탈법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식당을 하려면 찜질방과 입구를 달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시 구청의 한 직원은 "이를 지적하면 과태료가 얼마냐고 되묻는다"면서 "여름철 식중독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찜질방을 목욕장업으로 통합해 관리하면 영업시간 제한, 물·가스 소비 억제 등의 효과를 거둘수 있다"면서 "조속히 제도권으로 흡수해 국가, 사회적으로 유익한 시설로 재탄생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소비자보호원 소비자안전국 관계자는 "찜질방의 운영 실태는 매우 위태롭다"며 "찜질방 개설에 대한 인·허가제를 도입하고 구체적인 안전시설 기준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남=이왕구기자 fab4@hk.co.kr 대전=전성우기자 swchun@hk.co.kr

부산=김종한기자 tellme@hk.co.kr

■ 찜질방 업주의 고백

"(찜질방을) 인수한 지 3개월이 다 돼 가지만, 소독 한번 하지 못했어요."

수도권에 위치한 S찜질방 사장 K씨의 고백은 충격적이다. 600여평의 중규모 찜질방을 인수하고 리모델링하는 데 들인 비용은 30억여원. 영업은 예상외로 잘되고 있지만 늘 불안하다.

"인수할 때 몇몇 방에 산소발생기와 공기정화기를 달아놓긴 했지만, 바빠서 실내공기가 얼마나 탁한지는 조사해 본적이 없어요." 그는 이어 "습도와 온도가 높아 각종 세균이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란 것도 잘 안다"며 "하지만 연중무휴이고 일손이 달리다 보니 소독 한번 제대로 하기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K씨는 "시설기준이 없는 데다 우리처럼 가스기사 1명이 안전관리를 전담하는 것이 보통이어서 안전에 취약한 것도 사실"이라면서 "최근 돌연사, 질식사고 등이 빈발해 청소하는 아주머니들에게 방을 자주 둘러보게 하고 있다"고 했다.

K씨가 밝힌 찜질방의 에너지 과소비도 심각한 수준이다. 한달 가스비 3,000만원에 수도요금 1,000만원선, 전기료는 500만∼600만원에 달한다. 목욕탕은 영업시간에 제한이 있지만 찜질방은 24시간내내 한증막 등을 섭씨 80∼90도까지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에너지 소비가 훨씬 많다고 K씨는 말했다. K씨는 "손님들도 2,3번씩 샤워를 하는 데다 물 절약의식도 희박해 물 낭비도 보통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K씨는 앞으로도 안전, 위생에 신경쓰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사정을 털어놓았다. "중규모 찜질방들 간의 (고객유치)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데, 위생, 안전에 눈 돌릴 틈이 있겠습니까. 강제규정이라도 빨리 만들어주세요."

/이범구기자gogu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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