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외탈출을 택한 장 베르트랑 아리스티드 전 아이티 대통령이 마지못해 권좌를 내놓은 것은 미국의 강압에 의한 것일까. 탈출 전날 밤 TV에서 "테러리스트들의 정권 장악을 용납하지 않겠다"며 권력욕을 불태우던 그가 갑작스레 실각한 데 대해 뒷말이 무성하다.프랑스 라디오 방송사인 RTL은 1일 대통령 관저 관리인의 말을 인용, "29일 새벽 2시께 헬리콥터를 탄 미군이 들이닥쳐 총부리를 겨누고 대통령을 강제로 끌고 갔다"고 보도했다. 아리스티드는 그로부터 4시간이 지나 망명길에 올랐고 영국 BBC 방송도 이날 아리스티드의 망명 결정이 '의외'라고 보도했다. 이 같은 보도는 아리스티드가 반군의 거센 공세와 국제사회의 사임압력에 직면해 있었지만 결정적으로는 자신을 권좌에 올려놓은 미국에 의해 축출됐음을 뜻한다.
대선정국에의 악영향을 우려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아리스티드를 사실상 제거했다는 해석까지 나온다. 뉴욕타임스도 "아이티 헌법에 따라 아리스티드 임기를 보장하겠다"고 공언해온 미국이 정책을 수정한 건 불과 3일전 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미국의 고위관리는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아리스티드가 먼저 사임서를 보여주면서 망명협조를 요청했다"며 축출설을 반박했다.
/정원수기자 noblelia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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