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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나타날 것 같은… "슈퍼맨"을 그리며/홍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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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나타날 것 같은… "슈퍼맨"을 그리며/홍반장

입력
2004.03.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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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반장'(감독 강석범)은 옴니버스 코미디 영화다. 최근 2∼3년 동안 개봉한 국내외 코미디영화의 장점만을 골라 잘 버무렸다. 조폭과 경찰의 오버 액션이 일궈내는 찬란한 엽기 코미디 '목포는 항구다'와, 마음 착한 여자사기꾼과 순진한 시골약사가 그려내는 알콩달콩 멜로 코미디 '그녀를 믿지 마세요'의 딱 중간에 '홍반장'이 있다.영화의 진짜 제목은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이다. 일본 애니메이션 '짱가'를 연상시키는 제목답게 주인공은 만능 슈퍼맨 홍반장(김주혁). 자장면 배달에 편의점 아르바이트, 라이브 카페 가수, 가전제품 수리공까지 못하는 게 없다. 더욱이 군 제대 후 3년 동안의 행적은 비밀에 싸였다. 동네 사람들은 말한다. 홍반장이 한미정상회담 때 동시통역관으로 나섰다고. '한국형 슈퍼맨' 홍반장이 살고 있는 시골마을에 도도한 여자 치과의사 혜진(엄정화)이 이사를 왔으니 영화는 이때부터 로맨틱 코미디다.

영화는 변기 위에 배설물을 갈기는 식으로 관객을 웃기지 않는다. 홍반장이 멀쩡히 잘 있다가 갑자기 구연동화 스타일로 "여보, 이리 좀 나와 보아요"라고 말해 웃기는 식이다. 포도주를 홀짝홀짝 잘만 마시던 혜진이 처음 입어본 몸빼 바지가 자꾸 꽁무니에 끼어 몸을 비비 꼬고, 극중 딱 한번 나오는 조폭 우두머리 '도라이버'는 부하들에게 도망가자고 사정해 웃긴다. 여기에 '포레스트 검프' '쉬리' '링'을 패러디한 장면도 계속 쏟아진다.

풍성한 코미디 식탁을 차린 영화라는 바로 이 대목에서 '홍반장'은 한계를 가진다. 이 작품으로 출사표를 던진 신인 감독다운 신선함이 좀체 드러나질 않는다. 계속 재미있고 유쾌하지만 보고 나서는 감독이 도대체 누구인지 궁금하지 않는 그런 상황. 홍반장이 사랑을 갈구하는 혜진을 거부하는 이유도 드라마로 확실히 표현되지 못했다. 그래서 아쉬운 작품이지만, 탤런트 김무생씨의 아들 김주혁의 정확한 발음과 뛰어난 표정연기를 보는 재미는 쏠쏠하다. 12세 이상. 12일 개봉.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 "홍반장" 3인 한마디

영화 '홍반장'의 시사회가 끝난 후 강석범(32) 감독과 주연배우 김주혁(31), 엄정화(33)는 "잔잔한 미소를 줄 수 있는 영화"라고 입을 모았다. 2002년 대작영화 '튜브'의 현장편집으로 영화에 첫발을 내디딘 강 감독은 이 영화가 데뷔작. 김주혁과 엄정화는 지난해 '싱글즈'에 같이 출연했다. 이들의 한마디.

강석범 감독

"'홍반장'은 요란한 영화가 아니다. 2년 전 '튜브'라는 하도 요란한 영화에서 현장 일을 했던 터라 내 첫 작품만큼은 잔잔한 영화를 만들려고 했다. 사랑 이야기를 담은 많은 영화들이 있지만 내가 생각하던 사랑을 그려보고 싶었다. 그렇다고 흔히 드라마에서 보여지는 신데렐라 이야기를 그리고 싶진 않았다. 사회전복이라는 강렬한 통쾌함은 주지 못하겠지만 소시민적인 명랑함으로 상쾌함을 주고 싶었다. 주인공 홍두식의 실존 모델이 있다. 성도 같은 홍씨다."

김주혁

"홍반장은 작은 것까지 사랑할 줄 아는 남자다. 일찍 부모를 여의고 동네 할아버지가 양자로 들여 키워줬다. 군 제대 후 3년 동안의 미스터리가 관객에게 매력으로 다가설 것 같다. 혼자 수영을 해서 대서양을 건넜다는 둥, 유명가수의 보디가드였다는 둥. 그러나 내 생각으로는 큰 일은 안 했을 법 하다. 어느 동네에서 또 지붕을 고쳤을 것이다. 촬영 때 난생 처음 와이어 액션을 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내 몸에서 액션이 나오다니, 이건 편집의 마술이다."

엄정화

"극중 혜진은 똑똑하고 자신감 넘치는 깐깐한 여자다. 그러면서도 참다운 사랑을 찾을 수 있는 눈을 가졌다. 홍반장은 능력과 센스와 봉사정신을 갖춘 훌륭한 남자다. 진짜 이런 사람이라면 사랑할 것 같다. 혜진이 친구 간호사(김가연)에게 '결혼은 미친 짓이다'라고 외치는 장면이 있는데, 이는 내가 즉석에서 아이디어를 낸 대사다. 물론 내가 출연한 영화였기 때문이지만, 노처녀 나이에 접어드는 혜진의 방어심리를 재미있게 나타낼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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