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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마당]링컨 존경하는 대통령으로서 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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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마당]링컨 존경하는 대통령으로서 II

입력
2004.03.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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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은 매주 하루를 편지를 읽고 답장을 쓰는 데 보냈다. 남북전쟁에서 부상 당한 아들을 걱정하는 어머니의 서한, 참전한 아버지의 안위를 궁금해 하는 아이의 편지, 자식이 전쟁에 나가 늙은 부친이 직업을 찾는 내용 등 갖가지 어려움을 호소하는 편지가 끊임없이 대통령에게 배달되었다. 링컨은 그들에게 늘 따스하고 진심어린 답장을 써 보냈다. 빅스비 부인에게 보낸 편지도 그 중 하나다."매사추세츠 군무국장의 보고서를 통해, 당신이 전장에서 명예로운 죽음을 맞은 다섯 아드님의 어머니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가족을 잃은 분만큼 깊은 슬픔에 잠겨 있고, 또 어떤 위로의 말도 얼마나 무력하고 의미 없는 것인지를 통감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본인은 아드님이 공화국을 구하기 위해 전사한 것에 감사하며 애도의 뜻을 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가 아드님과 사별한 괴로움을 위로하고, 사랑하는 가족의 추억과 자유의 제단에 이렇게 고귀한 희생을 치르고 편히 잠들었다는 엄숙한 명예로 당신을 인도해 주실 것을 기도 드립니다…."

링컨은 남북전쟁이라는 위기를 용기와 지혜로 헤쳐나가면서, 일반국민의 고통도 정성과 자상함으로 끌어안았다. 그의 편지에는 어느 것 하나 허튼 소리가 없고, 미움이 담겨 있지 않았다. 문장에서도 이 편지는 매우 격조 높은 조의(弔意) 표현으로 평가되고 있다. 링컨이 지금까지 세계인의 사랑과 존경을 받는 까닭이 여기 있다. 미국 언론인 빌 오릴리는 링컨 정부의 또 다른 미덕을 덧붙인다. 링컨 주위에는 아부하는 측근이나 뇌물을 받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다. 갈등과 증오가 난무하는 전쟁 속에도 미움보다는 사랑과 관용, 청렴을 생활화한 것이 그의 정부를 튼튼하게 받쳐 주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링컨을 가장 존경하며 그에 대한 저서도 펴냈다. 현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되었다. 1년여 전, 같은 제목으로 글을 쓰며 새로운 희망을 품었다. 지금은 마음이 그때만큼 부풀어 있지는 않다. 여건이 같을 수는 없지만, 노 대통령을 링컨과 견주어 본다. 노 대통령의 지도력은 링컨의 리더십과 많이 달랐다. 언론과 대중 앞에서 미움이나 서운함을 자제하지 못했다. 직선적 성격 탓이겠지만, 국민에게 큰 신뢰감을 주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다.

반면 야당과 언론은 수시로 그를 모욕하고 자극했다. '대통령 잘못 뽑았다'는 야당 지도부의 저열한 발언이 대표적 예다. 링컨도 수모를 많이 겪었으나 깊은 자제력으로 극복했다. 스탠턴이라는 야당 인사는 링컨을 '심각한 멍청이'라고 모욕하면서 "통치능력이 없으므로 군사 쿠데타로 추방해야 한다"고 떠들고 다녔다. 링컨은 그를 국방장관에 임명했고 결과는 성공이었다. 지금도 칭찬 받는 인사의 예다. 링컨은 말했다. "자존심을 모두 버리기로 결심하고 스탠턴을 국방장관에 임명했다." 모함을 받더라도 대통령의 위치는 강하다. 진정한 강자는 자신의 감정부터 다스려야 한다.

노 대통령 주변은 청렴하지 않았다. 불법 대선자금 시비에 휘말려 있고 몇 측근은 불명예 속에 퇴진했다. 한나라당과 비교해서 억울한 면도 많겠지만, 상대적 깨끗함을 주장하는 '비교 청렴론'만으로는 구차하다. 국민은 지쳐 있다. 정치싸움에 고통 받고 장기불황으로 상처를 입었다. 국민이 더 갈증을 느끼는 것은 대통령의 투지나 오기가 아니라, 정직과 따스한 위로다.

개혁정책과 이념적 정체성도 많이 희석되었다. 그 타협을 현실 적응이라고만 강변해서는 안 된다. 대통령은 더 겸손하게, 책임을 분명히 하고 양해를 구하고 설득해야 한다. 하여 희망의 이미지와 적극적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친목 모임이 자주 정치논쟁 판이 된 것도 지난 1년이다. 모임에는 "다시 투표해도 같은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하는 대통령 지지자도 있다. 이런 친구를 외롭지 않게 해야 한다.

박 래 부 논설위원 parkr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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