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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티드/인간병기 끼리 한판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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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티드/인간병기 끼리 한판 붙었다

입력
2004.03.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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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도 첨단 무기와 특수기동대의 물량공세에 지쳤나 보다. 호러영화 '엑소시스트'의 윌리엄 프리드킨 감독은 신작 '헌티드(The Hunted)'에서 신석기와 철기 무기의 육탄대결을 시도했다. 그것도 주인공들이 직접 돌과 고철로 초강력 살상무기를 만드는 과정에 꽤 비중을 뒀다. 돌칼을 든 청코너는 토미 리 존스, 철칼을 든 홍코너는 베네치오 델 토로.강한 눈빛의 연기파 배우 베네치오 델 토로는 전직 특수부대 암살 전문요원 할램 역을 맡았다. 코소보 사태 때 무참히 민간인들이 학살당하는 장면을 보면서 전쟁에 염증을 느낀 할램은 산속에 숨어 살지만, 평범한 사냥꾼을 자신을 잡으러 온 첩보요원으로 오인해 무참히 죽여버린다.

이런 할램을 좇는 본햄이 바로 토미 리 존스다. 본햄은 할램을 인간 살인병기로 만든 전직 훈련교관. 할램은 현역 시절 본햄을 아버지라 불렀다.

영화는 3단계로 진행된다. '최고의 살인병기가 사라졌다'→'이젠 그를 잡아야 한다'→'상대를 죽이는 것이 내가 살아 남는 법이다'. 물론 영화의 주요 볼거리는 닌자처럼 숲 속에서 잘도 숨고 싸움도 잘 하는 할램과, 아들처럼 생각했던 할램을 상대해야 하는 본햄의 치고 박는 1대1 육박전이다. 큰 소리를 내며 스크린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날아가는 날카로운 단도의 금속성 괴음은 총알보다 무섭고 위력적이다.

그러나 '프렌치 커넥션' '엑소시스트' '제이드' 등을 만든 올해 65세의 노장 감독도 이런 '람보' 스타일만으로는 자신의 이름에 흠집을 낼까 두려웠던 모양이다. 여기에 아들을 죽여야 하는 아버지의 참담한 심정을 애써 부각시켰다. 하느님의 명령에 따라 아들 이삭을 제물로 바쳐야 했던 아브라함의 그 심정. 영화 삽입곡도 밥 딜런이 부른 '하이웨이 61 리비지티드(Highway 61 Revisited)'이다. '신이 아브라함에게 말하기를, 내게 아들을 바쳐라. 아브라함이 말하기를, 나를 제물로 쓰소서….'

그럼에도 영화는 두 살인병기가 등장하는 롤 플레잉 게임(Role Playing Game·RPG)일 뿐이다. 역할을 분담한 다음, 차츰차츰 자신의 능력을 키워 목표물을 제거해야 하는 컴퓨터 게임이다. 관객은 자신이 선택한 배역이 초절정 필살기를 배워 상대방을 없애거나, 거꾸로 죽임을 당하는 쾌락 또는 쓰라림만 느끼면 된다. 18세 이상. 12일 개봉.

/김관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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